12화. 절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애도의 시간 12> 천국으로 보내드리고 쓴 글

by 결 디자이너
사본 -제목을-입력해주세요_-001 (6).jpg

사랑하는 어머니가 별세하셨습니다.’라는 부고장을 보내자 친구가 ‘어떤 어머니?’라는 문자를 보냈다.

“시어머니 장례식이야...”

“아~~”


‘아~’라는 말이 왠지 모르게 가볍게 느껴졌다. 우리 엄마라고 했으면 ‘어머!’가 먼저 튀어나왔겠지. 시어머니라면 그래도 정신을 차릴 여유는 있겠구나. 이런 말들이 생략된 것처럼 느껴졌다.

숨을 거두시기 일주일 전 병원에서 어머니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무슨 꿈을 꾼 것처럼 갑자기 손을 허우적거리셨다.


“지우 엄마 어딨니?”

“여기 있어요. 어머니~” 보호자 소파에서 얕은 잠을 자고 있던 나는 벌떡 일어나 어머니 곁으로 갔다.

“보고 싶을 거야.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지우 엄마 사랑해. 이제 나 못 보겠네,....”


내 손을 부여잡고 우신다. 나는 말 대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사랑해’라는 말 보다 더 사무치게 내 마음속을 흔드는 말은 ‘보고 싶을 거야.’라는 말이었다. 아무리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곳, 찾아갈 수도 없는 곳 그렇게 바닷물과 함께 흘려보냈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폭발했다. 서로를 채워주고 싶은 마음 그게 사랑일까.


어머니가 암이 전이되고 24시간 간병인이 필요할 만큼 쇠약해지시자 누군가는 계속 붙어있어야 했다. “어머니가 아프실 때 간호하라고 제가 회사를 관두게 되었나 봐요. 다 하늘의 계획된 일이니까 미안해하지 마시고 어머니~ 우리 뭐든지 감사하게 생각해요”라며 나와 어머니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무엇보다도 나의 선한 마음을 지키면 거기서 생명의 샘이 흘러나온다고 하는 성경의 말씀을 마음에 새겼다.

후회 대신 감사로 어머니의 인생을 바라보도록 돕고 싶었다. 나도 언젠가 인생의 끝자락에 가게 될 것이므로.

내가 힘들고 손이 필요할 때는 어머니가 나를 돌봐 주셨고 어머니가 병들고 손이 필요할 때는 내가 어머니 곁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 단짝을 자처했고 서로 돌봐 주는 사이에서 자기 치유가 일어나는 삶의 본질을 배웠다.


병간호 내내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로 오히려 간호하는 사람을 위로하시던 내공이 강한 어머니. 우리 엄마와의 짧았던 기억이 회색빛이라면 어머니와의 기억은 죽음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던 순간까지도 일곱 색깔 무지갯빛으로 물들어 있다.


신랑의 얼굴 속에 어머니가 있고, 살아 계신 증조할머니의 얼굴 속에도 우리 아이들이 보인다. 어머니는 가족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계속 함께하실 것이다. 천국에 먼저 가서 자리를 닦아 놓고 있을테니 최대한 천천히 와서 같이 놀자고 얘기하시던 어머니, 성숙한 어른으로 가도록 길을 내주신 어머니께


“어머니 절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라고 마음을 꾹꾹 담아 전해 본다.


어머니의 핸드폰에 혹시라도 부고 소식을 전해야 할 분이 있나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아....." 나도 모르게 탄식이 터져 나오는 기분이 이런 거였구나.

전화번호는 가족만 남기고 다 삭제되고 없었다. 이미 어머니는 틈틈히 전화번호를 삭제해놓았던 것이다.

어머니가 언젠가 이렇게 얘기하신 것이 떠올랐다.

"나는 사회생활을 한 번도 안 해본 게 후회가 돼. 그래서 사회 친구들이 하나도 없어."


나는 오늘 이렇게 대답해드린다.

“어머니. 장례식장에 가식적으로 늘어진 화환 행렬보다 진심이 전해지는 가족들의 애도의 물결이 더 아름다워요.”

이전 11화11화. 죽음을 기다리는 인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