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심다

<애도의 시간> 10월 8일

by 결 디자이너


딸아이가 가꾸는 ‘습관의 숲’이라는 핸드폰 어플이 있다. 하루 정해진 일과를 체크하면 아름다운 숲을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처음에는 많은 아이템을 얻고 싶어서 10개 이상의 습관을 적더니 나중에는 꾸준히 할 수 있는 습관 3개를 정했다. 글쓰기, 할머니 도와드리기, 할머니와 등산 가기 미션으로 모은 아이템으로 돌고래와 거북이가 날아다니는 환상의 숲을 꾸몄다. 스스로 뿌듯한지 예쁘지 않냐고 몇 번을 자랑했다.


그 숲에는 할머니와 걸었던 98번의 등산 코스, 할머니와 만든 빙순이, 솔순이 와의 추억, 할머니와 빙판에서 미끄럼 타던 자리, 줄에 걸려 넘어진 할머니가 하하호호 웃었던 숨결이 가득했다.


할머니가 없는 지금, 아이는 그리고 나는 다시 일상의 숲을 꾸밀 수 있을까.


하루 같으나 천천히 지나간 9월. 스무 살 이후 20여 년 간 있었던 변화의 총량보다 이 짧은 시간의 변화가 내 마음의 밭을 갈아엎었다. 가까운 지인은 장례를 치르고 아이도 나도 한 뼘 성장할 거라고 말했다. 일주일 안에 모든 장례의례가 마무리 된 것 같다. 유품도 정리했다. 그렇다고 상실의 시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일기장을 봤다. 할머니의 아픈 하루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엄마가 병실을 지키는 동안 아이는 할머니가 걱정되는 마음을 일기장에 꾹꾹 눌러 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도 깊은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엄마 난 부자가 되기 싫어,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어. 그런데 이미 난 행복의 반이 없어졌어.”

“그게 무슨 말이야?”

“할머니가 없어.”


할머니 장례를 치르고 거의 한 달이 지나서야 아이는 방에 혼자 있고 싶다고 한다. 친구와 노는 것도 싫다고 한다. 말수도 부쩍 줄었다. 말을 잃어버리는 것은 마음을 잃는 것과 같다.


아이는 때마다 올라오는 그리움을 어떻게 견딜까. 할머니를 대신할 수 없는 그 자리를 엄마인 나도 탐낼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학교에서 뜨개질했는데 할머니가 좋아하는 파랑색으로 컵 받침을 떴다고 한다. 집에 있는 찰흙으로 주물럭거리더니 할머니가 사준 병아리를 만들었다. 아이의 방식대로 상실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어머니의 빈자리는 시간이 천천히 채워줄 거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는 건 조금 서운하다. 함께 그리워해주는 사람이 엄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움에 미치게 사무치는 것이 아니라 그리움을 심는 방법을 택하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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