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시간 10 > 8월 26일 목요일
어머니 간호 교대를 하고 4일 만에 병원을 나와 집에 왔다. 매일 교대가 안 되기에 형님들과 2~3일씩 돌아가며 교대를 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내가 4일을 병원에 있게 된 것이다. 구토와 통증으로 아예 먹을 것을 못 드시다가 조금씩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긴 어머니의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 앞에서 나는 힘든 내색을 하지 못했다.
한 간호사는 어머니를 보고 이런 점잖은 할머니는 없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입원하면 이거 해달라 저거 해 달라, 자기를 살려달라는 등 급한 요청이 엄청많다고 한다. 어머니는 아픈 가운데서도 간호사들을 천사 보듯이 하며 느긋한 미소를 잃지 않으셨다. 연신 나에게 고맙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픈 어머니에게 괜히 죄송한 마음은 커지고 느슨하게 간호를 할 수가 없었다.
겨우 하루 더 머무른 것인데 연일 이어진 밤샘과 쪽잠으로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집에 오자마자 뻗어 다음 날 아침까지 잤다. 엄마 없이 점심도 차려 먹지 못하던 아이는 계란밥을 스스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빨래 개는 것도 익숙해져 있었다. 오히려 손녀딸이 제일 사랑하는 할머니를 극진히 간호하고 왔으니 엄마를 안마해달라고 하고 집안일을 계속 부탁한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아프고 부쩍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커진 아이들이 대견했다.
이 시간을 겪는 건 어머님뿐만이 아니다. 나도 아이들도 함께 살아가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효약은 없고 진통 주사로만 버텨야 하는 이 시간이 몸도 마음도 솔직히 힘들다. 이 간병의 시간들이 잊어버리고픈 지독한 시간들이 아니라 힘들었지만 가족 간의 끈끈함으로 이겨낼 만했다고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소중한 것을 잃는 것이 아니라 소중함을 아는 시간이 되도록 하고 싶다.
아이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도서관으로 나갔다. 하루 정도는 아이와 나를 위한 충전의 시간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하는 조금의 죄책감을 안고서.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자신이 통과하는 계절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시간이 흘러 결실을 맺으면 사람들은 자연히 알게 될 것이므로. ’독일 시인 라이너 쿤체는 썼다.
내가 통과하고 있는 이 계절. 차가운 겨울이 올지 새순 돋는 봄이 올지 여전히 나는 알지 못한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이 이 계절이 충분히 무르익으면 어떤 계절이 오더라도 자연스럽겠지. 그것이 계절의 순리이고 내가 지금 가져야 할 소중한 삶의 태도라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