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수익률
돈 얘기가 나와서 생각이 났다. 시간이 돈이라면 난 현재 많은 시간을 글을 쓰고 고치고 책을 읽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돈 벌고 싶어서 글을 쓰는 건 아닌데 이왕 이렇게 공들이고 시간을 들이는데 글을 잘 써서 돈 버는 작가가 되면 좋으련만. 나에게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나의 마음을 잘 다룬다는 의미이다. 마음 정리, 감정 정리를 잘해서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은 것이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이다.
회사 초년생 때 펀드로 수익률 50%로 만기의 쾌거를 누린 적이 있다. 은행에 카드를 만들러 갔다가 대출 코너 직원의 권유로 펀드 2개를 가입했는데 그중 하나가 대박이 났다. 아마도 신규 펀드 출시로 고객 유치 이벤트가 있었던 건 아닐까 한다. 월급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모두 카드값으로 나가던 시절이어서 돈 모으는 재미를 몰랐다. 나는 이참에 저축한다는 생각으로 한 달에 10만 원씩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도록 하고 수익률은 신경 쓰지 않았다. 3년 만기가 되는 날 목돈이 되었고 예상치 못한 수익률에 복리로 굴러가는 돈의 맛을 알았고 행운의 여신은 내 편이라는 자신감도 얻었다. 부모님에게 그동안 드리지 못했던 거금의 용돈을 드리며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결혼 후에는 가족의 도리와 자식을 키우면서 책임져야 할 것들이 더 많았고 어김없이 돈이 들어갔다. 가족의 경조사를 ‘감사합니다’라는 말로만 때울 수 없는 일이고, 딸이 하고 싶고 배우고 싶다는 것에 ‘그래 잘해 봐’ 하고 말로만 보탤 수 없는 노릇이었다. 부모님의 긴 병원 생활에 경제적으로 위기가 찾아왔고, 단단한 줄 알았던 내 마음의 기반도 같이 흔들렸다. 우리의 노후 준비와 그에 상응하는 재정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자 불안감이 더해졌다.
그러고 보니 잘 잡아 걸린 종목의 펀드처럼 꾸준히 모아서 순조롭게 비교적 경제 상황이 잘 풀릴 때는 글쓰기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정확히 말해 나는 경제적 여유와 마음의 여유가 맞물려있다. 내 안에 불안과 초라함이 가득해지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쓰기라는 펀드를 가입했다.
재테크에 관심이 생겼다고 주식에 기웃거리다가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오면 다시 조급해지고 마음만 불안하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욕심이 가득 차 있기에 감정이 날뛴다. 마음을 잘 다루지 못하니 돈을 모으기는커녕 돈이 빠져나가기만 한다.
브런치에 글을 모아 ‘애도의 시간’이라는 매거진을 만들어서 발행했다. 아픈 어머니를 돌보며 그 죽음의 과정을 지켜보는 내 힘든 마음을 풀어낸 것이다. 힘든 상황은 바뀌지 않았지만 글을 쓰고 모으니 마음이 달달해졌다. 힘든 일상이 의미 있게 탈바꿈되는 쓰기의 맛을 알았다.
일주일에 한편씩 글쓰기 모임이 내가 투자하기로 한 '글쓰기 펀드'이다. 자동이체로 꼬박꼬박 나가듯이 수정한 글을 발행한다. 나의 마음을 담은 글을 꾸준히 모으고 있다는 것만 신경을 쓰자. 글쓰기 수익률은 신경 끈다. 행운의 여신은 때가 되면 나를 찾아올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