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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Sep 11. 2020

회의, 어디까지 해봤니?

끝없는 회의, 그리고 관인

옛말에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다.


전편에서도 말했듯이 내가 실장으로 있는 학교는 전교생 40명가량의 소학교이다.

그래서 실장이라는 자리가 많이 부담스러웠지만 전임자도 굉장히 좋았다고 하니

마음을 조금 놓고 있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우리 학교가 바로 아주 매운 작은 고추였기 때문이다.


첫날 출근했는데 우리 학교 외벽공사와 도서관 리모델링이 예정되어있다고 했다.

내 자리가 익숙해지기도 전에 건축사와 지역교육청 공사 담당자와 회의 회의 회의.

외벽공사 담당 사장님과 또 회의 회의 회의.

판넬색상때문에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과 또 회의 회의 회의.


아주 회의하다가 하루가 다 갔다.

판넬이 뭔지도 모르고 데크라는 용어도, 창호라는 용어도 생소한 내가

실장이라는 이유로 자리에 앉아서 그저 경청 경청 경청. 하... 조금 차분히 전임자가 한 것들도

살펴보고 내가 뭘 해야 하는지도 정리하고 당장 쌓인 지출들도 좀 하려고 했는데 이건 뭐 회의하다

오전 다 가고, 점심 먹고 지출 조금 하다 보면 퇴근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정신 놓은 채로 하루하루를 보낼 수는 없었다.

계속 이어진 회의 속 사람들의 말을 듣다 보니 창호공사, 외벽공사, 리모델링이 무엇인지

대충 감을 잡았고 복합판넬 점토판넬도 뭔지 알 것 같았다. 폴딩도어, 데크, 바닥공사 등등.


교육청에서 발주한 외벽공사는 관리자들의 (나도 포함 , 어쩌다 관리자)

고심 끝에 판넬색상과 창호 색상이 정해지면서

드디어 시작을 했고, 이제 관리감독만 제대로 하면 된다. 물론 공사기일이 연말까지이므로

앞으로 기후나 돌발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우선 일단락.


도서관 리모델링이 문제다.

우리 학교에서 주관하는 공사인데 내가 공사계약을 해본 적이 없어서 완전 멘붕이다.

어떡해야 할까. 하.. 공사계약에 대해서는 일단 해본 후에 다시 자세하게 적을 예정이다.

엄청난 난관이 내 앞을 딱 가로막은듯한 이 갑갑한 기분. 어서 해소되길 바라며.


실장이 되면서 또 나를 당황하게 하였던 것은 바로 관인과 학교명의 OTP.

우리 학교 관인함과 OTP

늘 어느 근무지에서나 나는 막내였기에 관인함을 만 질 일도, OTP를 만 질 일도 없었는데

현재 우리 학교에서는 내가 실장이니 (경력은 꼴찌, 직위는 일등) 둘 다 내가 관리를 해야 한다.


첫날에는 습관적으로 책상 치우고 서랍 잠그고 캐비닛 잠그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관인함을 안 넣어놔서 다시 서랍 열고 넣고 잠그고 퇴근.

둘째 날은 아침에 관인함을 안 꺼내놔서 어떤 선생님이 직인 필요하다고 해서 그제야

꺼내고. 정말 적응이 안됐다. 아하하하하....


그래도 지금은 일주일 가량 지나서 관인함 관리는 습관이 되었다.

출근하면 꺼내고 퇴근하기 전에 서랍에 고이고이 집어넣고.


여전히 관리자로서 회의에 참가하는 건 어색하고 어렵지만

그래도 조금씩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고 관인함과 OTP랑도 많이 많이 친해졌으니

이제 업무만 조금씩 익히면 되겠다. 하..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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