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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May 07. 2021

아이들과 여행하기(1)

휴가를 냈다. 내려고 해서 낸 건 아니고 다온이 유치원이 재량휴업일을 이틀 연달아한다고 해서 뜻하지 않게 냈다. 그런데 내고 나니 어린이날까지 총 3일을 쉴 수 있어서, 그냥 보내기가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남편에게 4일 날 휴가를 낼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해서 즉흥적으로 떠났다. 어디로? 부산으로!


이번 여행을 가면서 내가 스스로 다짐한 것이 두 가지 있다.


*욕심내지 않기

*돈 아끼지 않기



*욕심내지 않기


옛날에는 아이들을 데려가도 여행지 욕심이 많아서 무리하기 강행하곤 했었다. 그래서 모든 여행지를 다 들리긴 했으나 거기에는 항상 나의 짜증이 동반되어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욕심내지 않고 한두 군데라도 제대로 보고 오자는 마음가짐으로 출발을 했다.


그래서 우리의 일정은 첫날 부산아쿠아리움, 둘째 날 해운대 바다였다.


그렇게 출발한 부산여행. 가는 길부터 쉽지 않았다. 우선 가는데만 4시간이 걸리는 장거리인데, 우리끼리 가면 휴게소 한번 정도 들리고 조금 무리해서라도 일찍 도착하게끔 달리겠지만 이번에는 영유아 한 명과 어린이 한 명을 동반하는 여행이었기에 휴게소 2-3군데는 필수적으로 들려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아주 2시간 정도 푹 잔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평소에도 잠이 많지 않은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갈 때 올 때 아이들이 1시간 정도는 잤다.) 그래서 내가 내린 타협점은 휴게소도 들르고, 집에서는 잘 보여주지 않는 영상도 한 시간 정도 보여주고, 나머지 시간은 어르고 달래고 가끔은 무시(?)도 하며 가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이제 두 돌이 된 라온이에게 4시간 장거리는 힘들었나 보다. 영상도 보고 좋아하는 젤리도 주고 바깥구경도 하게끔 했지만 끝내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너무너무 힘든 우리 아들. 이렇게 한참을 있다가 결국 울음을 터트려서 다시 한번 휴게소에 들렀다. 휴게소에 들르니 세상 신난 우리 아들. 화장실도 들리고 각자 먹고 싶은 것도 하나씩 골라서 다시 차에 탑승! 평소에는 3천 원짜리 핫바는 너무 아깝다고 안 먹을 나이지만, 이번 여행에 두 번째 다짐 (*돈아끼지 않기)을 지키기 위해 카드를 긁었다. (ㅋㅋㅋㅋㅋㅋㅋ사실 만 몇천 원 가지고 돈아 끼지 않기를 언급하는 게 웃기긴 하지만, 내 기준에는 핫바 3천 원은 너무 비싸다. ㅜㅜ)


휴게소 효과가 사그라지기 전에 얼른 영상 틀고 아이들이 고른 옥수수 손에 쥐어주고 열심히 달렸다.(남편이) 그리고 도착! 숙소 체크인 시간은 되지 않아서 근처에서 밥 먹고 바로 아쿠아리움으로 출발! 미리 표를 구매해놔서 바로 입장!


들어가니까 아이들은 다시 생기가 돌았다. 우리 아들은 신기해서 어리둥절, 다온이는 여기저기 사진 찍어달라고 흥분! 완전 대 성공이었다.

홍다온 사진사 다온애미. 따라다니느라 정신은 없었지만 한편 행복하기도 했다. 이 순간들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진뿐인데 다온이가 카메라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되레 찾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앞으로도 열심히 찍사노릇 해야겠다.

라온이도 다온이처럼 사진 찍는 걸 좋아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직 라온이는 사진 찍는 것 익숙하지 않아 도망 다니기 바쁘다. 다온이도 라온이 만 할 때는 피하기 바빴으니,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봐야겠다. 요새는 다온이 라온이 두 아이가 함께 찍힌 사진이 어찌나 예쁜지 정말 뿌듯하고 또 뿌듯하다.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공주 왕자는 사진 찍게 좀 서보라면 움직이기 바쁘고 가까스로 앉혀두면 탐탁지 않은 표정이 역력하지만 그래도 나는 마냥 좋다. 마스크 없는 맨 얼굴이라면 더 좋았겠지만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이런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무 좋다.


빠질 수 없는 가족사진. 다음에는 내가 라온이를 아빠가 다온이를 안고 찍어봐야겠다. 항상 다온이는 나랑만 찍으려 하고 라온이는 아빠를 선호하니 가족사진은 본의 아니게 여자 남자로 나뉘어 찍혀있다. 아니 되오 아니 되오.

저녁은 역시 회! 해운대 시장에서 생선구이 준다는 마케팅에 홀려 들어간 집. 아이들은 생선구이랑 밥 한 그릇 뚝딱하고 우리는 회에 매운탕까지 뚝딱. 오랜만에 먹은 회는 정말 꿀맛이었다. 산낙지는 그전에 한번 먹어보고 식감과 비주얼이 너무 징그러워서 다시는 안 먹었었는데 나이가 먹었는지 다시 한번 도전해보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고. 너무 고소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냠냠 몇 번을 먹은 건 안 비밀! 물론 해삼 멍게 천엽은 도전조차 안 했다. 너무 징그럽다. 정말. 40대가 되면 먹을 수 있으려나. 여하튼 저녁도 배불리 먹고 숙소로 이동. 이동 중에 라온이는 잠들어서 그냥 재우고, 다온이는 씻고 꿀잠.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8만 원 주고 잡았는데 여느 오피스텔 같은 곳이었다. 나는 사실 해운대 코앞이라 8만 원이면 저렴하게 잡았다고 생각했는데(물론 방하나에 화장실 하나 달린 거 치면 좁긴 했지만 깨끗하고 편의기구가 다 있어서-세탁기까지-괜찮았다.) 요새 코로나 때문에 숙소 값들이 많이 떨어졌다고 비싸게 잡은 거라는 말을 들어서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하룻밤 잘 지냈으니 그것으로 만족이다.


첫날. 비 올 것을 예상하고 아쿠아리움에 가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숙소 근처에 식당이랑 숙소 건물에 바로 편의점도 있어서 먹을 것도 바로바로 사 먹고 아주 순탄하게 지나갔다. 행복했던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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