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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Oct 18. 2021

아가씨, 차를 이렇게 대면 어떡해?

후방 주차 못하는 초보운전(1)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중등교사 임용 실기시험 감독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험장소는 집에서 운전해서 갔을 때 약 20분 거리에 있는 한 중학교였습니다. 

초행길이 너무 무서웠던 저는 택시를 타고 갈까, 버스를 타고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운전을 하고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왜냐하면 소집시간이 아침 7시 30분이었기 때문에, 최소한 7시 전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이른 시간이기 때문에 도로에 차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거든요.


아직은 어두웠던 아침 7시. 긴장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주변에 깔려있는 적막과 차로 가득 차 있는 주차장, 그 와중에 터질 듯이 뛰는 심장. 두근두근.

겨우 정신을 다잡고 출발했습니다. 아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어가는 저의 자동차.

아무도 없지만 초보답게 좌회전 우회전 깜빡이도 충실히 키고 아무도 없지만 차선 바꿀 때는 동서남북 다 살펴보며 주행을 시작했습니다. 


 



한적한 도로는 어느새 제 마음을 진정시켜주었고, 그렇게 거의 다 도착했을 무렵 '휴, 살아서 도착했군'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쌩!"

"끼익!"


우회전을 하는 제 차 코앞으로 suv차량이 갑자기 끼어들었고, 너무 놀라 급정거를 하고 말았습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초보였던 저는 - 물론 지금도 초보지만 - 그 사람 잘못이 아닌 제가 너무 느리게 가서 상대 차주가 화가 났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초보운전자의 슬픔. 흑흑)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핸들을 잡은 손은 달달달 떨리고 차는 멈춘 상태.

그렇게 1분, 2분, 정신을 차려보니 서서히 주위가 환해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제 뒤로 오는 차량이 없었기에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찔합니다.

혹여나 일찍 출근하는 분들이 제 뒤로 줄줄이 있었다면 최악의 경우 사고가 났을 것이고 운 좋게 사고가 나지 않았어도 아마 엄청나게 성난 크랙션 소리를 듣거나 면전에서 욕을 먹어도 제대로 먹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이후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다시는 운전대를 잡지 않겠다고 다짐했겠지요.


하지만 다행히 아무 일도 안 일어났기에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정말 수명이 반으로 줄어든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여전히 심장은 튀어나올 듯 뛰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로 목적지인 시험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주차 안내요원이 운동장에 주차하라고 안내해 주었고 살금살금 들어갔습니다. 

먼저 주차되어있던 모든 차가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진입을 하고 있었고 먼저 도착한 분들의 차는 다 후방 주차되어있었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대치 상황이 제 앞에 펼쳐져 있었던 것이죠.


여기서 제 고민이 시작됩니다.

맨 뒷줄에는 아직 아무도 안 세웠으니 하던 대로 전방주차를 할까?

아니면 주차요원에게 주차를 부탁할까? 그러면 후방으로 해줄 텐데.

갈등의 시간.... 하지만 길게 고민할 수도 없었습니다.

다른 감독관님들과 평가위원분들이 속속 도착해 제 뒤로 차량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죠.

(대충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후방 주차를 못하는 운전자였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후방 주차를 합니다. 능숙하지는 않지만 꿈틀꿈틀 한 10번이면 제 차가 주차선 안에 들어가더군요. 히히.)


결국 맨 뒷줄로 가서 서툴지만 열심히 꿈틀대며 전방주차를 했습니다.

빡빡한 주차장이었다면 못했겠지만 운동장이었기에 주차 선이 따로 없었고

그 줄에 제가 첫 차였기에 나름 잘 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들려오는 호루라기 소리!


"아가씨! 삑삑! 아가씨!"


뭐야? 나? 아니야, 난 아가씨가 아니다. 나 아니다. 제발 나 아니길. 어후. 하고 자기 최면을 걸어봤지만

결국 아가씨는 저였습니다. 전 자녀가 둘이나 있는 아줌마이지만 나이 드신 학교 경비아저씨의

눈에는 그저 주차 못하는 교직원으로 보였겠지요. 아직 칼치기로 놀란 가슴을 다스리지도 못했는데

사정없이 불어대는 아저씨의 호루라기 소리에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뻔했습니다.


"아가씨, 차를 이렇게 대면 어떡해?"

"......?"

"후방으로 대야 나갈 때 편하지, 이렇게 대놓으면 앞에 이렇게 차가 많은데 어떻게 빼려고 그래?"

"..........."

"내 말 듣고 있어?"

"아, 네, 괜찮아요, 제가 맡은 반이 젤 늦게 끝날 거라 어차피 저 나갈 때 되면 차 몇 대밖에 안 남아있을 거예요."


제 말에 아저씨는 멋쩍은 표정으로 뒤돌아 초소로 돌아가셨습니다.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맡은 반이 실기시험 보는 학생들이 제일 많은 반이었기에 가장 늦게 끝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놀랍게 느껴지는 건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싶었던 그 순간에 아저씨 눈을 보고 웃으며

저렇게 대답할 정신이 어디 숨어있었나 하는 것입니다.

역시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어디선가 숨어있던 엄청난 용기와 기지가 발휘되나 봅니다.  


그렇게 마음씨 좋은 (?) 경비아저씨의 오지랖도 잘 대처하고(?) 

저는 무사히 살아서 시험감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초보운전의 첫 초행길 운전, 참 평탄하지 않죠? 하지만 그 이후에도 초행길만 가면 저에겐 크고 작은 사건(?)들이 생겨서 이제는 초행길을 운전해야 하는 날이면 걱정부터 됩니다. 초행길의 징크스라도 걸린 듯이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굴복할 제가 아닙니다. 저는 여전히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아직까지 제가 자의든 타이든 운전대를 놓아야 하는 일은 안 생겼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럼 다음 이야기에서도 꼭 만나요.

*더불어 새 매거진을 시작하면서 괜스레 스스로 부담을 많이 느꼈는데 댓글로 응원해주신 작가님이자 구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이 아니더라도 "좋아요"버튼을 눌러주신 분들도, 이 글을 클릭해주신 분들도,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가끔은 새벽에도) 글을 발행해도 꾸준히 자리를 지켜주시는 모든 구독자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더불어 새 브런치 북을 발간했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에 발간해 구독자분들에게 죄송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omsreading




칼치기


 뒤에 오던 차가 급히 차로를 변경하여 주행 간격이 좁은 앞차의 틈으로 칼같이 끼어들어 앞차를 추월하는 불법 운전 행위를 뜻한다. 적발 시 도로교통법 제21조, 제22조 위반에 따라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동법 제46조의 3 난폭운전 금지 위반에 의해 처벌받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칼치기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칼치기는 이와 같이 불법입니다. 직접 운전을 하고 다니다 보니 승용차뿐만 아니라 트럭, 화물차 할 것 없이 자신의 운전실력을 믿고 칼치기를 하는 사람이 참 많더군요.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고, 우리 한 명 한 명의 삶이 바빠 신고가 안 들어갈 뿐 칼치기를 하는 순간 당신은 범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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