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합평회 장소를 "강남"으로 한다는 대장님의 선언에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살면서 서울이라는 곳을 몇 번이나 가봤을까. 지하철은 또 몇 번이나 타봤을까.라는 생각 끝에 수면 위로 떠오른 답변은 "가지 말자"였습니다.
모두가 다 너무너무 감사하고 귀한 인연이기에 얼굴을 꼭 보고 싶었지만 서울, 그것도 돈의 메커니즘이라 불리는 강남이 장소라 하니 마치 반사적 반응인 양 위축되어버렸거든요. 그러나 날이 하루하루 지나면서 마음에 상충이 일어났습니다.
'진짜 가지 마? 가고 싶잖아' / 그런데 서울을 어떻게 가.. 지하철역에서 미어캣 될 것이 뻔한데.
'그럼 가지 마, 못 가겠다고 말해' / 하지만 보고 싶은걸. 만나고 싶은걸.
고민에 고민을 더하던 날들이 지나고 합평회 당일 아침. 그 전날까지 소화제 3병을 마실 정도로 몸이 안 좋았던 것이 꿈으로 느껴질 만큼 컨디션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표 예매를 했죠. 정말 오랜만에 타본 시내버스, 고속버스, 지하철도 다 새로웠고 처음 가본 강남 길 한복판도 기분 좋게 낯설었습니다.
그리고 빼꼼. 모두가 도착한 합평회 장소에 마지막으로 등장했습니다.
"익숙하지만 낯선 반가운 얼굴들"
"원래 마지막 등장하면 주목을 받는 수밖에 없어요."라는 익숙한 수호 대장님의 목소리로 환영을 받으며 후다닥 자리에 앉으니 그제야 한 명 한 명 얼굴이 보이더군요. 그리고 애써 준비해오신 현수막, 커피, 스티커, 볼펜, 쿠키도 보였고요. 참 아름다운 마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굴을 한 번씩 볼 때마다 내가 좋아했던 그분들의 글들도 스쳐가고, 아픔도 지나가니 마음이 묘했습니다.
합평 회의 시작은 1기 완주자들을 위한 수호 대장님의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완주증"
세상에, 완주증이라니. 세상 모든 것을 다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지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람이 어디까지 행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주한 작가들의 이름을 새긴 완주증을 만들면서 대장님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저의 마음은 벅차올랐습니다.
소위 안정된 직업을 가진 후로는 사실 의지를 가지고 끝까지 무언가를 해낸 경험이 있더라도 그것을 공개적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참 힘든데, 이렇게나마 3개월간 열심히 글로써 달린 저를 보상해주시니 정말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완주증 수여식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합평. 합평이라 하지만 "위로와 축하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누구 하나 글의 흠집을 바라보지 않고, "넌 할 수 있어"라는 격려를 마음껏 해주었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쏟아져 나온 아픔들에는 주저하지 않고 토닥토닥 감싸 안아주었으니까요.
훌륭한 기념사진으로 마무리된 합평회 후에는 저녁식사가 이어졌습니다. 개개인의 사정으로 많이 참석하지는 못하셨지만 더없이 즐겁고 유쾌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3차도 있었습니다. 아쉬움을 달래지 못한 막내(저입니다.ㅋㅋㅋㅋ)가 칭얼거려 이어진 자리였지요. 질척거리는 저에게 흔쾌히 커피를 사주신 희정 작가님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수호 작가님께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아쉽기도 했습니다. 참석한 모든 분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돌아오는 버스에서 바라본 달이 조금은 처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에도 기회가 있겠지요. 돌아오는 12월에 이루어질 2기 오프라인 합평회 때도 갈 것인가 안 갈 것인가를 두고 저는 고민할 것입니다. (저 사실 낯가림 엄청 심하거든요. 믿거나 밀거나.)
하지만 어쩐지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벌써 기대가 되는 걸 보면요. 마지막으로 합평회 준비로 수고하신 수호 대장님, 세정 작가님, 한나 작가님, 구자 작가님, 희정 작가님 외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