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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May 15. 2023

[어쩌다부장] #현타가 올때

적응 못하는 중

내가 처음 이 직렬을 선택해서 시험을 봤을 때 가장 큰 이유는 이 직렬이 그 해에 엄청나게 많은 인원을 뽑았기 때문이었고, 두번째는 강사를 빙자한 교사노릇을 2년정도 한 결과 역시나 나는 혼자서 일하는게 적성에 맞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교행직이 어느 기관에 가든 소수이고, 주인공이 아니기에 늘 들러리의 입장에 서있어야 한다는 것을.


지난 해 스승의 날에도 비슷한 글을 쓴것같다. 그 때는 나도 같은 공간에 있는데, 나와 다른이들이 아닌 오로지 선생님들을 위한 모든 행사 준비를 위한 예산 집행을 하며, 이게 뭐하는건가 하는 현타가 왔었다. 올해는 다행히 지금의 기관은 자기들이 다 알아서 준비하고 다 집행했기에 그런 이상하고도 약간은 서러운 감정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 바로 당일이었다. 스승의 날 자축행사가 있었다. 말 그대로 "스승의 날" 자축행사다. 선생님들의 자축행사다. 본인들이 자축행사를 하든말든 나는 관심이 없다. 문제는 자신들의 자축행사에 관련없는 사람(나를 포함)들을 동원시킬 때이다. 스승의 은혜를 틀어놓고 케익을 한가운데 두고 선생님들이 감동을 느끼는 동안 다른 이들은 대체 어떤 기분을 느끼라고 다 동원을 시키는 것일까. 자신들은 교직원 한 명이라도 소외되지 않도록 신경썼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이 되레 누군가에게는 크나큰 상처를 주는 일이라는걸 한번쯤, 다 한명이라도 생각했다면 나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았을텐데. 


매년, 스승의 날이면 교행직이라는 위치에서의 현타가 너무 세게 온다. 우울해질 정도로. 그래서였을까. 거리도 가까워지고 일도 상대적으로 적은 이 공간에 마음이 안간다. 계속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뭐라고 딱 찝을수는 없지만 그냥 편안하지 않다. 이전에 같이 근무했던 지인분이 이런얘기를 했었다. 일이 미어 터지는 기관을 갈것이냐, 사람이 미어터지는 기관을 갈것이냐를 자신에게 물으면 무조건 일이 미어터지는 기관으로 갈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단호하게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역시나 사람이 많고, 그것도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고 나 또 한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이 많은 공간은 너무 힘들다. 오늘은 빨리 퇴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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