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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Nov 02. 2019

아이를 공감해야 할 때와 훈육해야 할 때의 기준

아이가 화를 낼 때 기억해야 할 것

맘 카페에 가보면 자녀가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니거나 시끄럽게 해도 제재를 하지 않는 부모를 비난하는 글들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 애들을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그렇다.” 혹은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을 친구처럼 대해서 문제다.”, “아이들 마음 읽기 주기나 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점점 버릇이 나빠진다.”라고 말한다.


아이의 감정을 알아주고, 마음을 읽어주는 게 아이의 버릇이 나빠지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로 크는 원인이 되는 걸까?

물론 아니다.

마음을 읽어줘야 할 때와 훈육을 해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고 하나의 원칙을 고수할 때 문제가 된다.

아이에게 좋다는 것을 상황과 아이의 기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적으로 반영하려고 할 때 안타까운 광경이 펼쳐진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뭐가 좋다, 어디가 좋다고 하면 무조건 아이를 끌고 여기저기 달려가는 것과 같다. 가정경제와 아이의 기질과 성향은 무시한 채 말이다.



아이가 미끄럼틀을 아래에서 위로 거꾸로 올라타며 놀고 있었어요.
위에서 어떤 아이가 내려오려고 기다리는데 그걸 본 저희 아이가 막아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이에게 "비켜줘야지" 했더니 아이가 "엄마 미워! 나빠!" 이러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냥 막 올라가길래 "그래, 그럼 네가 먼저 올라가고 친구한테 잠깐만 비켜달라고 하자"라고 했어요.
아마 자기가 먼저 놀고 있었는데 비키라고 했던 것이 기분 나빴던 것 같아요.
저는 여기서 궁금한 게 규칙은 알려줘야 할 것 같은데 또 아이의 마음은 공감해줘야 할 것 같고... 그럴 때는 통제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건지 아니면 아이가 하고 싶은 데로 엄마가 맞춰줘야 하는 건지 기준을 못 잡겠어요.




자녀교육서나 육아서를 통해서 아이 마음을 인정하고 공감해줘야 한다는 걸 알고 실천하기 위해 애쓰고 계신 분들이 많다. 근데,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해야 하는 건지 헷갈려하는 분들도 많다.

분명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 주기보다는 통제해야 할 때가 있다. 이것은 나의 훈육 기준이 세워져 있어야 명료하게 상황을 판단하기가 좀 더 쉬워진다.

뭐니 뭐니 해도 아이를 키울 때 제일 중요한 기준은 "안전"이다. 특히 아이가 어릴 때는 더더욱! 내 아이의 안전도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안전 또한 똑같이 중요하다.

미끄럼틀은 위에서 아래로 타고 내려오는 놀이기구이다. 물론 밑에서 위로 거꾸로 올라가는 경우도 많지만, 위에서 아래로 타는 것이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사회적 약속이다. 이 부분은 명확히 전달되어야 한다. 그리고 안전성이 담보된 범위 내에서 다르게 활동하는 것 또한 아이와 합의된 규칙이 있어야 한다.




<아이 마음을 알아주는 게 먼저인지 vs 규칙을 알려주고 통제하는 게 우선인지 헷갈릴 때 기억해야 할 5가지>


첫째, "안전"에 대한 대부분의 기준은 보편적으로 사회 구성원들과 합의된 상황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 부분이 위배되는지 확인해 보자. 

아무도 없을 때, 엄마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끄럼틀 아래서 위로 거꾸로 올라가는 행위는 인정해 줄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친구가 위에서 미끄럼틀을 타러 왔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둘째, 아이에게는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아이에게 미끄럼틀을 거꾸로 타는 행동을 허락한 후에 다른 친구가 왔으니 비키라고 하면 아이가 수용하기가 어렵다.

억울하기도 하고 화가 나 "엄마, 미워! 나빠!"라고 한 것이다. 또한 아이 입장에서는 이랬다 저랬다 하는 엄마 행동에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니 미리 알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끄럼틀은 위에서 아래로 차례대로 타는 놀이기구야"

"위에서 아래로 타는데 거꾸로 타면 서로 부딪쳐 다칠 수 있거든."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고 엄마도 옆에 있으니깐 잠깐은 거꾸로 탈 수도 있어."

"그렇지만 다른 친구가 미끄럼틀을 타러 오면 바로 비켜주는 거야, 그렇게 할 수 있겠어?"


셋째, 위와 같은 규칙을 미리 알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비키지 않고 화를 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친구들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행동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이럴 때는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기보다는 규칙을 다시 한번 안내하고 통제하는 것이 먼저다.


넷째, 아이가 울고 불고 떼를 쓰며 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래려고 애쓰실 필요는 없다.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가르칠 의무가 부모에게는 있다.

아이가 진정된 뒤에 다시 한번  규칙을 안내해 주면 된다.

"미끄럼틀은 위에서 아래로 차례대로 타는 놀이기구야 “

"위에서 아래로 타는데 거꾸로 타면 서로 부딪쳐 다칠 수 있거든."

"하지만, 아무도 없고 엄마가 옆에 있을 때 잠깐은 거꾸로 탈 수도 있어."

"그렇지만 다른 친구가 미끄럼틀을 타러 오면 바로 비켜주는 거야, 그렇게 할 수 있겠어?"


마지막으로, 나의 훈육 기준을 점검해보자.

언제 어떨 때 나는 아이 마음을 공감해주기보다 규칙을 알려주고 통제를 해야 할 것인지 아이와 나의 상황을 한 번 점검해 보시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있어,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이 충족되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적절한" 결핍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조율"의 힘을 키울 수 있다. 적절한 충족과 적절한 결핍(참 어렵네요~^^)이 가장 좋은 양육 환경이다. 그러니 아이 마음 먼저 알아주지 못했다고 과도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부모의 거절이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님을 기억하자.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적절한" 결핍이 필요하다.



‘안 돼’라고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글쓴이: <오늘도 화내고 말았습니다.> 저자 박윤미

아이마음도 알아주고, 나만의 감정조절 처방전을 확보하는 방법, <오늘도 화내고 말았습니다>(한빛라이프, 박윤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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