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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Nov 01. 2019

Q&A부모와 아이의 욕구가 부딪힐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가 화를 낼 때 기억해야 할 것

나는 워킹맘이라, 퇴근 후 아이의 욕구와 나의 욕구가 매번 부딪히는 경험을 한다.


<엄마> 저녁 먹고 조금 쉬다가 놀거야.

<아이> 저녁 먹고 바로, 지금 당장, 나랑 놀아!



물론 어릴 때는 <아이가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우선이었지만 아이가 5살이 된 후로는 꾸준히 나의 욕구를 표현하고 있다.

-엄마는, 저녁 먹고 긴 바늘이 10에 갈 때까지 쉬고 나면 에너지 충전이 되서 너랑 더 잘 놀 수가 있어!

-엄마가 여기 의자에서 쉬는 동안, 넌 그림 그리고 있거나 블록 놀이 하고 있으면 어떨까?


아이는 처음에는 당연히 싫다고 강하게 거부했다.

작은 방 탁상시계(하필 앞이 뚫려 있다!) 긴 바늘을 조작해 10에 맞춰서 들고 오기도 했다.

-엄마 이것 봐, 긴 바늘이 10에 가 있어. 이제 나랑 놀아요~


혹은 엄마가 쉬고 있는 옆에 와서는

“엄마 계속 쉴 거야? 기다리는 거 너무 힘들어~ 기다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지?” (종알종알~)

쉬는 게 뭐, 쉬는 게 아니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와 놀면서도 내 욕구에 대한 표현을 꾸준히 했더니, 쉬는 시간이 1분, 5분, 10분, 15분, 20분씩 생기기 시작했고 엄마는 밥 먹고 나면 잠깐 쉬어야 한다는 걸 인정해 주게 되었다.


그래서 놀이 시간표를 만들었다.

놀이 시간표에는 엄마의 욕구와 아이의 욕구가 조율되어 서로 합의된 상황이 담겨 있다.

-퇴근 후 저녁 먹고 잠깐 쉬어야 한다는 것. 긴바늘이 "10"에 갈 때까지 엄마는 쉬기.

-그리고 준이랑 같이 놀기!



이제는 밥먹고 나면 엄마가 쉬어야 한다는 걸 아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1분도 못 기다리던 시간을 이제는 20분까지 늘리게 되었다.

<엄마> “엄마는 밥 먹고 나면 에너지 충전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한 거 알지?”

<아이> “긴바늘 어디에 갈 때까지 쉴 거야?”

<엄마> “10에 갈 때 까지 쉴 거야~(20분)”

<아이> “9~~~!!!”

<엄마> “10~~!!!”

<아이> “엄마는 왜 그래, 아빠는 밥 먹고 나면 에너지 충전 안 해도 힘이 나는데.”

<엄마> “엄마는 아빠랑 달라. 우리 모두는 다 달라. 엄마는 밥 먹고 나면 에너지 충전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야. 긴바늘 10에 갈 때까지 기다려 줘~. 엄마는 쉬고 나면 힘이 나니깐 엄마가 준이랑 더 잘 놀 수 있어~”



그때 그때 나의 컨디션에 따라 아이가 조율하는 시계 바늘숫자에 따라가 주기도 하고 내가 요구하는 숫자를 고수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반드시 엄마가 왜 그런 시간이 필요한지 이유를 함께 설명해주는 것이다. 자주 했던 말이라고 생략하지 말고 말이다.

아이는 블록 놀이를 하다가 시계바늘이 약속한 10에 가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와서 알려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도 엄마의 시간을 조금씩 인정해주기 시작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의 욕구가 다르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조율이 필요함을 알게 된다.



건강한 관계는 얼마나 성숙하게 자신과 상대의 욕구를 조율할 수 있느냐이다.

무조건 내 것만도 아니고, 무조건 상대에 맞춰 양보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 조율해서 맞춰나가는 과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좌절 경험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상대와 조율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아이에게 좌절이 필요한 세 가지 이유>


첫째, 좌절은 현실을 깨닫게 해준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구나! 내가 하고 싶은 데로 다 되지는 않는구나!'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둘째, 나의 욕구와 상대의 욕구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강구하게 된다.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충족되어 진다면 굳이 애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셋째, 상황에 맞게 환경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조율할 수 있다.

아이가 위험하거나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할 때 "안 돼"라고 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말은 하면 안 돼', '부정적인 말은 아이에게 안 좋아'라는 생각으로 "안 돼"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에도 그 말을 하지 않는 경우를 목격한 적이 있다.

아이의 자존감에 악영향을 미친다나?!

물론 부정적인 말은 아이의 자존감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고 싶은 부모의 동기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아이의 행동에 한계를 설정해 주는 '안 돼'는 필요하다. 왜 안 되는지 짧은 설명을 덧붙으면 된다.

‘아이의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네가 건강하게 잘 크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는 아이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부모의 마음이 전달된다.

아이는 오히려 스스로를 안전하고 소중하게 대하는 태도를 배우게 되고,  좀 더 성장해서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안전한 범위 내에서 자신의 행동을 조율해가는 경험을 배울 수 있다.


아이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아이가 상처받을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적절한 좌절은 아이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적절한 좌절은 아이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CHECK!!!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욕구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적절하게 표현하고 요구할 수 있다.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나는 이것을 요구해.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나는 이런 감정을 가져. 이런 것들을 하고 싶어.” 라고 자신의 욕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표현하지도 요구하지도 않은 채 아이나 배우자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나를 힘들게 한다고 투정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자.




글쓴이: <오늘도 화내고 말았습니다.> 저자 박윤미

아이마음도 알아주고, 나만의 감정조절 처방전을 확보하는 방법, <오늘도 화내고 말았습니다>(한빛라이프, 박윤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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