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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Nov 07. 2019

화내는 법도 배워야 한다

아이에게 화가 날 때 기억해야 할 것-부모 편

며칠 전 남편이 3살 된 아이를 재우러 아이와 함께 방에 가서 누웠을 때예요.
아이가 누워 놀다가 남편 얼굴을 때렸어요. 아이는 아빠와 장난을 친 거죠. 재밌어했어요.
하지만 남편은 제법 아팠는지,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려고 이렇게 말했어요.
일단 목소리를 낮게 깔고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어요.

“준아! 아빠 때리면 안 돼! 때리면 안 돼!”
아이는 아주 해맑게 이히히 웃으면서 “네~”라고 하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아이의 태도에 남편이 더 약이 오른 것 같았어요.

“준아! 한 번만 더 아빠 때리면 화 낼 거야!”
여기서 또 한마디를 더 하더라고요.
“또 그러면 먹을 거 안 줄 거야!” 우리 아이가 먹는 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제가 방 밖에서 듣기엔 저음으로 목소리 쫙 깔고 정색하며 크게 말하는 것부터가 화를 표현하고 있는데 ‘한 번만 더 그러면 화 낼 거야!’라고 한 말이 이해가 안 돼서 아이를 재우고 나온 남편에게 당신이 아까 의미한 ‘화’란 뭐야?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때린다.’는 뜻이었어.라고 하더라고요.

말하고 나서 본인도 민망한지 이렇게 덧붙이더라고요.
“아니, 애가 내 말을 이해를 못 하잖아...!”
그래서 제가 다시 물어봤어요.

“당신은 내가 한 말을 당신이 이해 못하는 것 같을 때, 내가 당신을 때리거나 먹을 거 안 줘도 괜찮아?”
그러자 남편이 말했어요.

“아니, 나는 한 대 맞아도 괜찮지만... 밖에 나가서 다른 애 때리고 하다 괜히 오해받을까 봐 걱정돼서 그랬지.”


엄마와 아빠 그리고 6살 준우 가족이 외출을 했다. 화창한 가을 날씨는 상쾌했다.
아이는 킥보드를 타고 엄마 아빠는 아이 곁을 걷고 있었다.
이때 아이가 킥보드를 타고 앞으로 나가면서 아빠 발목을 치고 지나갔다.
“악, 준우야!” 아빠는 아파서 소리 지르며 아이 이름을 불렀고, 아이는 그 자리에서 서서 뒤를 돌아봤다.

아빠는 갑작스레 발목을 과격당해 아팠고 또 그만큼 화가 났다.
아이는 쭈뼛거리며 서서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고 그 모습에 아빠는 더욱더 화가 났다.
“준우야, 아빠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해야지, 아빠가 많이 아프대”
엄마가 거들어 보지만 아이는 “미안해~”라고 성의 없는 말만 내뱉는다.

그 모습에 아빠는 더 열을 받았고 아빠 혼자 성큼성큼 가버렸다.
아이는 아빠 따라갈 거라고 울고 아빠는 먼저 가버려 보이지 않는다.
결국 기분 좋게 나온 외출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엄마는 화가 난다고 이런 방식으로 아이를 대하는 남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속이 부글거린다. 하지만 아빠는 아이에게 자신이 화가 났음을 알리고, 잘못했을 경우 불이익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한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가르치기 위해서 긍정적인 의도로 화를 내거나 화가 난 척하기도 한다.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되면 아이를 겁주거나 위협하는 방식을 통해 아이의 행동을 가르치려고 한다. 어떤 부모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 머리를 내리치기도 하고, 자신이 화가 많이 났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하지 않아도 될 센 비난의 말을 일부러 하기도 한다.


물론 아이가 어릴 때는 이렇게 화를 내면 말을 잘 듣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이가 점점 자라 중학생, 고등학생이 돼서도 그럴까. 먹을 것을 안 준다는 위협이 통하기나 할까?

“네가 엄마 말을 안 들으니까”

“네가 하라는 대로 똑바로 안 하니깐”

“내가 화를 내는 거야!”


우리가 화를 내는 목적이 아이들에게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가르치기 위해서라면 위와 같이 말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화가 많이 났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하지 않아도 될 센 비난의 말을 일부러 함으로써 아이들이 부모가 바라는 바를 더 잘 이해하고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 화를 내는 것은 나쁜 행동이라고 배우며 살았다.

그래서 우리는 살면서 삶의 일부분인 화, 분노를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런데 화를 내면 나쁜 건데 살다 보면 내 마음대로 안 될 때가 정말 많다. 내 마음대로 안 돼서 화가 날 때가 많은데 이걸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그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화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참다가 참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는 순간 버럭하고 화를 폭발시킨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돌아서서 생각해보면 또 그만큼 화 낼 상황도 아니었단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화를 내는 걸 두려워하게 된다. 화의 폭발력에 나도 두렵고 아이도 두려워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자신과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화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화를 내지 않는다.’가 곧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가 화가 났음을 알려 줄 수는 있지만, 상대를 비난하는 표현은 제외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네 살 된 아들이 공을 쫓아 도로로 뛰어드는 위험한 상황을 상상해보자.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가슴이 섬뜩하다. 이때 아이는 고의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공놀이에 집중하다 보니 공을 쫓아 달린 것이다. 하지만 매우 위험한 상황이고 단호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목소리의 크기와 강도 눈빛으로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전달할 수 있다. 단호하고 강한 어조로 말함으로써 아이의 행동을 지적하고 통제할 수 있다.

“차가 오는지 보지 않고 공을 쫓아 도로로 들어가는 널 보고 엄마는 너무 놀랐어. 아주 위험한 행동이야. 다음부터는 놀이터 안에서만 공놀이를 하는 거야!”


이처럼 상황에 따라 아이에게 주의를 주기 위해서 정서적 표현의 강도와 크기를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깜짝 놀란 그때의 그 감정과 두려움의 책임을 아이를 비난함으로써 보상받으려

"다시는 안 데리고 나올 줄 알아!", "죽으려고 작정했어!!", "조심하라고 몇 번을 얘기했어!!"라고 퍼붓는 다면,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이에게 제대로 전달될까?

 

아이들은 고난도의 추론 능력이 없다. 부모가 하는 말속의 숨은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부모의 비난은 그대로 아이에게 ‘엄마가 나를 싫어하는 거야.' , '아, 나는 나쁜 아이야’라는 메시지로 전달된다.



아이들을 겁주고 비난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행동을 바꿀 수는 없다.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과 태도를 내면화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말’이 필요하다. 그 말과 함께 부모의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화가 났음을 전달할 수 있다.


지금 방식대로 화를 내지 않아도 아이가 부모의 말을 잘 듣게 할 수 있다. 서로 감정이 상하고 관계의 골이 깊어지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바로 내가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말하면 된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부터가 시작이며, 이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물론 기존의 말하는 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언어습관을 익히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내 감정과 욕구를 반영하여 솔직하게 말하고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인정하며 듣는 법을 배우게 된다면, 우리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화를 내지 않아도 아이는 부모의 말을 잘 들어줄 것이다.


말은 사람의 사고를 지배한다. 말속에는 그 사람의 살아온 경험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그동안 했던 방식이 아니라 어색하고 적절한 단어와 문장을 생각해내려고 머릿속이 복잡하고 막상 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바꾸면 된다.


 100세, 120세 인생이다.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10년 동안 연습해서 나머지 50,60년을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다. 사고를 바꿈으로써 말하는 방식도 달라지지만, 반대로 말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사고도 바뀔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하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화내지 않고 짜증 내지 않는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다.

세상사 살다 보면 화나고 짜증 나는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그럴 때마다 어떻게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고 또 적절하게 표현할지를 안다면 건강하고 현명하게 갈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우리는 화가 났음을 제대로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 또한 자신의 화를 참거나 폭발하지 않고 제대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다.




만약 ‘야단친다.’라는 방법이 교육상 효과가 있다면, 처음 몇 번 야단쳤을 때 문제행동을 하는 일이 없어져야지. 그런데 왜 ‘늘’ 야단치는 걸까?
왜 ‘늘’ 화난 표정을 짓고, ‘늘’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이건 ‘야단친다.’라는 방법이 교육상 전혀 효과가 없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미움받을 용기 2 中




화내는 법도 배워야 한다.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르다.




글쓴이: <오늘도 화내고 말았습니다.> 저자 박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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