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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Nov 08. 2019

아이에게 짜증 날 때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

아이에게 화가 날 때 기억해야 할 것-부모 편

지난 4월부터 아이가 태권도장에 다니고 있다.

수업시간이 너무 쏜살같이 지나가 버려 아쉬움이 크다며 태권도장 가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릴 만큼 너무나 좋아한다. 태권도를 배운다기보다는 40분 동안 신나게 뛰어놀고 오는 프로그램이라 에너지 발산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선택했는데 아이가 많이 좋아하고 신나 하니 나로서도 매우 만족스럽다.


근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태권도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에너지의 절대량이 더 커진 것이다.

'에너지를 발산하고 오면 집에서 좀 차분해지겠지. 잠도 더 빨리 잘 잘 거야~'라는 혼자만의 기대가 있었는데.

전혀. 오히려 에너지가 더 넘친다.

건강하다는 신호기에 좋아해야 하지만 요즘 일이 바빠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니

‘너무 정신 사납다. 너무 시끄러워. 아 목소리 왜 저렇게 커.’라는 생각들이 올라오면서 짜증이 났다..


때 마침 식탁 위에 종이가 있길래 힘껏 휘갈겨 썼다.

- 정신 사나운 것 싫다!!!

- 분다운 것 싫다!!!

- 시끄러운 거 싫어!!!

- 태권도 다니기 시작하면서 목소리가 더 커졌어.

- 너무 짜증 난다!!!!




내 안에 짜증이 가득 차니 아이를 비난하는 말들을 쏟아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이에게 직접 할 수는 없으니 이렇게 휘갈겨 썼다. 아이가 아직 한글을 몰라서 안심하고 마음껏 썼다. 종이에 올라오는 생각들을 휘갈겨 쓰고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편에게 속삭이며 적은 걸 읽어 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아이를 불러 말했다.


"준아, 태권도장에서는 지금처럼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게 좋아. 집에서는 조금 더 작게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어. 엄마는 준이 말을 잘 듣고 싶은 데 크게 이야기하면 귀가 아파서 듣기가 힘들거든. 방금이 10만큼의 크기야. 집에서는 5만큼으로 이야기해줄래?


아이가 조금 더 낮춘 볼륨으로 이야기하자 바로 칭찬해 줬다.

"준아, 지금 그렇게 5만큼 이야기하니깐 네가 무슨 이야기 하는지 훨씬 더 잘 들려~"

"집에서는 지금처럼 말하고, 태권도장에서는 크게 10만큼 이야기하자!"



당시 내 욕구는 무엇이었을까?

-조용히 쉬고 싶다.

-차분히 조용히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사실 조용히 휴식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쉽게 충족할 수 있는 욕구가 아니다. 그래서 현재 상황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요청을 한 것이다.


-조용히, 차분히, 가만히 좀 있어!!!

라고 말해봤자 이건 아이가 할 수 없는 일임을 잘 알고 있기에.

(아이가 많이 아플 때는 집안이 조~용하죠ㅠㅠ)


- 넌, 왜 이렇게 정신 사납니!

- 왜 그렇게 시끄럽니! 왜 그렇게 설쳐!

라고 말하면 아이는 마음만 상하고 엄마가 자길 싫어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가족은 자존감의 크기가 결정되는 곳이다.

아이를 비난하고 싶을 때 내 안의 욕구가 무엇인가를 확인해 보자.

그리고 그것을 아이에게 요청할 때는 아이가 실현할 수 있는 능력 범위 안에서 방법을 찾고, 구체적으로 요청하자. 물론 이렇게 단계별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씩 쪼개서 연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짜증 날 때,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


첫째, 엄마의 감정 해소 먼저 하기.

아이의 말과 행동에 짜증이 가득 찬 상태라면 좋은 말로 타이르기도 힘들다.
간단하게 근처에 있는 종이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휘갈겨 써도 좋고, 스마트폰 메모장을 활용해도 좋다.
손에 감정을 담아 힘껏 눌러써 보는 거다. 아이에게 하고 싶은 비난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주의: 쓰고 나서는 반드시 파기할 것!)


둘째, 엄마의 욕구 찾기.

아이를 향한 비난 뒤에 숨은 엄마의 욕구를 찾아보자.
당시 나의 욕구는 "조용히 쉬고 싶어"이다.


셋째, 욕구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 찾기.

욕구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당시 남편과 함께 있었기에 남편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나는 아이에게 조금만 더 조용히 말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을 선택했다. 지금 현재 상황에 맞는 욕구 실현 방법을 찾으면 된다.


넷째, 아이에게 구체적으로 요청하기.

아이를 비난하는 말에는 다음부터는 어떻게 행동했으면 좋겠다는 가이드라인이 빠져 있기 쉽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떻게 다르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란 걸 기억하자.
앞으로 어떻게 다르게 행동했으면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나는 목소리 크기를 1~10 척도를 사용해서 아이가 알기 쉬운 기준을 제시했다.



글쓴이: <오늘도 화내고 말았습니다.> 저자 박윤미

아이마음도 알아주고, 나만의 감정조절 처방전을 확보하는 방법, <오늘도 화내고 말았습니다>(한빛라이프, 박윤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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