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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Oct 26. 2019

내 아이를 변화시키는 감정소통 훈육법

아이가 화를 낼 때, 아이에게 화가 날 때 기억해야 할 것

프롤로그.

아이가 화를 낼 때, 아이에게 화가 날 때 기억해야 할 것



5살 난 아이가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 수술을 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지만 징징징, 앵앵앵, 짜증 대폭발이 이어졌다.


“목은 왜 아픈 거야!”
“목이 나빠”
“나쁜 목 절.로.가.버.려!”


아이는 조금이라도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귓가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를 질러댔다. 자다가 새벽에 깨기라도 하면 답답하다며 울거나 징징거리며 누웠다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자신의 불편함을 강렬하게 호소했다.


물 달라는 요구를 하면서도 짜증⨉징징
벚꽃이 왜 벌써 다 폈냐며  짜증⨉징징
바나나를 크게 잘랐다고  짜증⨉징징
바나나를 작게 잘랐다고  짜증⨉징징
급기야 바나나가 왜 네모가 아니냐며  짜증⨉징징


몸이 아프니 모든 것에  짜증⨉징징 이고 사사건건 생트집을 잡는 아이를 바라보며, 엄마는 머리로는 충분히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다.


‘아이가 아프니까, 아직 회복 중이니까,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가 없으니깐, 얼마나 답답하고 짜증이 날까...’
‘손가락 하나 살짝 베어도 그게 며칠간 물에 닿을 때마다 얼마나 쓰라린데, 수술을 했으니 얼마나 쓰라리고 아플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내내 소리를 빽빽 지르며, 짜증을 내고 징징거리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건 쉽지 않다. 머리로는 아이의 행동이 백번, 천 번 이해가 되지만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는 사실과 내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고 말처럼 쉽지도 않다.


“준아, 왜 그래? 지금 뭐가 불편해?”
“자꾸 질문 좀 하지마!(빽)”

“준아, 엄마가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
“왜 그래!(빽)” “시끄러워”(귀를 틀어막음)

“준아, 이거 하고 싶어?”
“싫어!”“엄마! 저리 가”



이럴 때 “준아, 수술해서 아픈 거야, 소리 지르면 더 아파, 그러니 살살 말해야 해”라는 말을 해주면 아이가 진정이 될까?
아파서 자꾸 짜증을 내고, 신경질적으로 빽빽거리며 말하는 아이에게 조언을 해 준다고 아이가 알아들을까?
아이에게 조언하거나 설명하여 ‘설득’하려고 하면 지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맛있는 거 마음껏 먹고 싶은데, 못 먹어서 짜증 나고 답답하지... ”

“목에 뭔가가 걸린 것처럼 자꾸 거슬려서 불편하지?” 이렇게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준다면 5살 난 아이가 진정될까?

아픈 것이 사라져야 이 모든 사태가 진정될 테다.

몸이 아픈, 현재 아이를 자극하고 있는 당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는 것은 공감하는 것 일뿐, 아이의 짜증내고 징징거리는 태도까지 바꿀 수는 없다. 몸이 아파서 아이가 생떼를 부릴 때 아이를 도와주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도, 아이는 짜증을 낼 뿐이다.


징징징, 앵앵애, 울고 소리 지르며 떼쓰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내 안에서 부글부글 거리는 뭔가가 올라오고, 소리를 꽥! 질러서라도 아이의 행동을 당장 멈추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아이의 징징거림과 앵앵거림 소리 지르고 울거나 혹은 이 모든 것이 합쳐진 것에 자극받은 내 안의 감정들이 꿈틀거리며 내가 하고자 하는 머릿속 이성적 -이상에 가까운- 행동이 아닌 내가 원하지 않는 다른 선택을 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부모의 감정조절 기술이다.

감정조절은 무조건 참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내심을 쥐어짜 내어 아이에게 과잉친절을 베풀며 자신의 감정은 눌러 참다 보면 그것은 고스란히 다시 아이와 배우자 등 가깝고 친밀한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본다. 무조건 참고 견딘 것에 대해 가장 부적절한 보상을 받는 대상은 다름 아닌 부모 자신인지도 모른다. 나를 내팽겨 쳐서는 안 된다. 아이의 욕구에 밀려 후순위로 밀려나 버리기 일쑤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모의 욕구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부모 자신의 감정을 먼저 돌보고 조절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편안한 상태여야 아이의 것도 돌볼 힘이 생긴다. 또한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도 결국 부모와의 관계 경험 속에서 부모가 감정을 다루고 조절하는 태도를 보고 배우고 연습하게 된다.



아이가 화를 낼 때, 아이에게 화가 날 때,
화가 나는 감정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감정조절이다. 감정이 발생하는 횟수와 강도, 지속시간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즉,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감정에 압도당해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느낄 때 문제가 된다.


원하지 않는 감정을 제대로 다루려면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우리 몸의 근력을 키우는 것처럼 감정조절 능력도 단기간에 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걸리고 연습이 필요하다.
살면서 실패 경험을 할 수도 있고 억울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때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아이에게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 경험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다루는 법을 배운다.


앞으로의 글을 통해

감정, 그중에서도 분노를 어떻게 다루고 적절하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부모들에게 ‘감정이 폭발하지 않는 기술’과 ‘아이에게 상처 주지 않고 안전하게 화내는 법’을 단계별로 안내함으로써 부모의 양육 효능감 제고에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육아를 하다 보면 아니 인생을 살다 보면 머리로는 잘 알지만 마음대로 잘 안 되는 게 바로 나의 감정이란 걸 깨닫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다룰 수 있다면 이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열쇠는 우리가 갖고 있는 셈이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우리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공감함으로써 아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우리의 감정 반응 또한 달라진다. 감정이 달라지면 행동이 달라지고, 부모의 반응이 달라지면 아이의 행동 또한 달라진다.


아이와의 힘겨루기로 고민하고 있는 부모들이 불필요한 감정 소모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대화로, 가족의 일상에 생기가 넘치고 부모-자녀 간의 사랑이 충만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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