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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Oct 26. 2019

아이들이 울고 떼쓸 때: 감정은 잘못이 없다.

아이가 화를 낼 때 기억해야 할 것


4살 유나는 매주 금요일 오후 문화센터에서 하는 퍼포먼스 미술시간에 참여한다.
유나는 그 시간이 아주 재밌고 즐거워서 매번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하루는 재밌게 활동을 마무리하고 나가야 할 시간에 양말을 신다가 갑자기 아이가 신던 양말을 던져버리며 벌러덩 뒤로 눕더니 온몸으로 울기 시작했다.

“뚝, 왜 그래, 울지 마,”
“괜찮아, 괜찮아”

엄마는 아이를 진정시키려다 실패하자 힘으로 아이를 안아 올려 데리고 나가보려고 했지만,
아이가 온몸으로 바둥거리며 저항하는 통에 힘이 부친다.
이어지는 다음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입장하기 시작한다.
얼른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데 아이가 나가기는커녕 울음을 그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이 될수록 엄마는 마음이 더 조급해지고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 아이에게 그만하라고 소리치며 얼른 나가자고 손을 잡아끈다. 힘이 부치긴 하지만 결국 한쪽 어깨에 가방을 둘러메고 아이를 반쯤 끌어안아 올린 상태로 억지로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엄마도 아이도 온몸이 땀범벅이다. 엄마는 기진맥진해 아이를 달래거나 위로하기는커녕 진절머리가 나는 이 상황에 지쳐서 실현 가능성이 없는 말을 내뱉는다.
“너 이러면 다시는 안 데리고 나올 줄 알아!”
유나는 뚝 그치기는커녕 더 크게 그리고 서럽게 운다.



아이와 함께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이 종종 생긴다. 아이가 어릴 때는 특히나.
집에서라면 아이를 통제하기가 좀 더 수월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아이가 울고 뒤집어지면 엄마는 주변 시선 때문에 당황스럽고 민망하기도 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질 때가 많다.

아이의 울음을 빨리 진정시키기 위해 달래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지만 아이의 울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엄마의 참을성은 한계에 이른다.


아이들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거나 화가 나면 울고불고 소리 지르거나 생떼를 쓰기도 한다.

아직 사회화가 덜 되었기 때문에 아이로서는 당연하고 정당한 감정표현방식이다.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날 어떻게 볼까?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가 힘들거나 상처 받지 않을까?’라는 생각들을 필터링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온몸으로 느끼고 표현한다.

아이의 기질이나 성향에 따라 그 반응의 강도나 표현력에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 어린아이는 느끼는 건 모두 받아들이고 죄다 표현해 버린다.


자녀교육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아이의 감정은 인정해주고, 행동에는 한계를 정하라.”라는 말이다. 감정은 잘못이 없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아이들도 잘못이 없다.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서는 자신의 마음대로 안 되거나 화가 났을 때 울고 떼쓰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정당할 뿐이다.


아이는 아직 사회에서 인정되고 수용되는 적절한 감정표현방법을 연습하고 체득하지 못했을 뿐이다.

아이가 적절한 방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부모를 상대로 지난한 연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의 행동이 아닌 아이의 감정을 사회적 규범에 맞추려 한다. 아이가 화를 내거나 속상해서 울 때, 화를 내거나 우는 것은 잘못됐다고 가르친다. 이렇게 감정과 행동을 혼동하면서 부모 자녀관계에도 갈등이 발생한다. 감정과 행동을 구분할 수만 있어도 부모는 아이의 반응에 한결 쉽게 대처할 수 있다.



감정은 우리에게 정보를 준다.

아이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아이의 욕구는 무엇인지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아이의 감정을 통제하지 말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눈에는 아이의 감정이나 감정 뒤에 숨은 욕구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아이의 거칠고 심술 맞은 말과 행동만이 보인다. 그 행동을 어떻게 해서든 멈추게 하기 위해 애쓴다.


만약 우리가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이의 말과 행동이 아닌 아이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연습이 되어 있다면 어떨까?


아이가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그 마음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에 맞는 적절한 대처법을 생각하기가 훨씬 더 수월할 테고 아이와의 관계에서 감정적 소진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울고 떼쓰는 행동에 대해서 혼내거나 조언을 하는 것은 아이를 진정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욕구를 읽어주는 편이 상황을 빨리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유나의 행복했던 미술수업은 왜 이렇게 엉망이 되고 말았을까?
유나는 왜 갑자기 울고불고 뒤집어졌을까?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 수업이 너무나 재밌고 즐거웠기 때문이다. 재밌었던 만큼 더 하고 싶었는데 이제 그만하고 나가야 한다니, 너무 아쉽고 속상했던 것이다. 그 아쉬움이 너무 커서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유나의 감정: 아쉬움, 속상함.
  “이 재밌는 걸 더 하지 못하고 집에 가야 한다니 너무 아쉽고, 속상해!!!

-유나의 욕구: 재미, 즐거움
  “더 하고 싶다!!!! 더 놀고 싶어!!!!”



이렇게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찾는 연습이 되어 있다면 아이를 진정시키기가 쉽다.

무작정 아이를 달래거나 윽박질러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하기 애쓰기보다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찾아서 반영해보자.



“유나야, 오늘 미술 수업이 너무 재밌어서 더 하고 싶구나? 더 하고 더 놀고 싶은데 이제 그만하고 나가라고 하니 많이 아쉽지? 너무너무 아쉬워서 속상하구나ㅠㅠ”
“유나가 얼마나 이 수업을 좋아하는지 엄마가 잘 알아. 그래서 이제 그만하고 나가야 한다니 정말 아쉽지ㅠㅠ”
“네가 오늘 이 수업이 얼마나 재밌었는지, 그래서 더 하고 싶은지, 나가야 한다고 하니깐 얼마나 아쉬운지 잘 알겠어”



“그만해, 이제 나가야 해”, “당장 뚝 그치고 나오지 못해!”라는 말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공감해주는 말을 서너 차례 반복하면 아이들은 금방 진정된다.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었기 때문에 더 이상 온몸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논리적으로 말로써 표현하는 능력이 서툴고 부족하다.
아이가 직접 “나 오늘 수업이 너무너무 재밌어서 더 하고 싶은데 이제 그만해야 한다니 너무 아쉬워요. 너무 아쉬워서 속상해요. 더 하고 싶어요.”라고 말해준다면 어떨까?
아이의 이런 마음은 누구나 공감해 줄 수 있다.

부모는 아이를 윽박지르기보다는 아이와 그다음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께 양해를 구해, 다음 시간 수업에 조용히 한 번 더 참여하거나 아니면 장소를 이동해 비슷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놀 거리를 엄마가 생각해 제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이들은 말로써 구체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보다는 자신의 아쉬운 마음을 온몸으로 거칠고 심술 맞게 표현한다. 아이의 욕구나 감정이 강하면 강할수록 바둥거리는 강도도 세다. 아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부모는 당황스럽고 그 당황스러움과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에 의해 화가 올라온다.



<아이가 울고 떼쓸 때 기억할 것>


아이가 울고 떼쓸 때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찾아서 서너 차례 반영해주면 아이들은 금방 진정된다.

아이가 구체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면,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먼저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반영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고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아이는 자신이 느끼는 아쉬움과 더 놀고 싶은 마음을 부모가 구체적으로 말로써 표현하는 것을 들으며 배워나간다. 이게 바로 사회화 과정의 일부다.

아이는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수용되는 이런 기술을 부모와의 관계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된다. 아이는 조금씩 사회에서 수용되는 감정표현방식을 습득해 나갈 수 있게 된다.




글쓴이: <오늘도 화내고 말았습니다.> 저자 박윤미

아이마음도 알아주고, 나만의 감정조절 처방전을 확보하는 방법, <오늘도 화내고 말았습니다>(한빛라이프, 박윤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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