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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Oct 26. 2019

좋은 말로 여러 번 말해도 아이가 듣지 않을 때

아이가 화를 낼 때 기억해야 할 것


<알면서도 규칙을 일부러 어긴다는 오해>

7살 민준이가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손부터 씻고 놀라고 했지만 이내 놀이방으로 쪼르르 달려가 장난감을 만지고 놀고 있다.
엄마는 옷과 가방 정리를 하며 한 번 더 말한다.

“밖에 나갔다 오면 손부터 씻어야지~”
아이는 대답이 없다.

“김민준!” 하고 엄마가 아이의 이름을 단호하게 부르면 그때서야 아이가 엄마 말을 알아듣는 듯하다.
“너 엄마가 밖에 나갔다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손부터 씻으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꼭 엄마가 소리를 높이고 야단을 쳐야 알아듣니? 엄마가 혼내기 전에 하면 어디가 덧나니?”


<엄마 말을 듣지 않는다는 오해>

5살 난 현우가 거실에서 놀고 있다.
거실이 엉망진창이다. 책꽂이에 꽂혔던 책들이 모두 거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현우야, 이게 뭐야! 발 디딜 틈이 없다. 좀 치우면서 놀아!”
엄마는 식사 준비를 하러 주방으로 가며 한 마디를 했다.
잠시 후 아이를 보니 장난감을 여기저기 놔둔 채 또 다른 장난감을 가지러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현우야, 거실 치우고 놀아. 책은 책꽂이에 모두 꽂아!”
“싫어, 싫어”
“지금 다른 장난감 가지고 놀고 있잖아. 얼른 치워”
“싫어. 다 있어야 한단 말이야”
“너 조금 있으면 아빠도 퇴근하시는데 집이 이게 뭐야. 얼른 치우지 못해!”
“으앙앙!!! 싫어, 싫어!”



대개 부모들은 “화내지 않고 좋은 말로 여러 번 말했지만 아이가 들은 척도 안 해서 소리 지르게 되고 화를 내게 된다.”라고 한다.

즉 “바로 아이 때문에 내가 화를 낸다.”라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근데 아이의 마음은 알아주지 않고, 부모 말만 한다면 어떨까?

아이들은 귀를 열지 않는다.

부모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먼저 귀를 열어주는 말을 해야 부모 말도 들어줄 수 있다.


엄마가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주면 아이는 부모를 자기편으로 여긴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내편이 하는 말을 아이들은 좀 더 편하게 들을 수 있고 그리고 좀 더 수용적인 자세를 보인다. 반면 질책과 비난을 받으면 누구나 방어/저항 욕구가 생긴다.

이것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본능적인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강요를 받으면 설령 그것이 우리가 스스로 원했던 것이라 하더라도 거부하고 반항하고 싶어 진다.

예를 들어 이제 막 방청소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부모님이 들어와

“방이 이게 뭐야, 방 좀 치우지 못해!”라고 야단을 치면

방금 방청소를 하려고 했던 내 마음에 반감이 생기고 반항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욕구를 강하게 갖고 태어나는 데 바로 관계의 욕구와 자율성에 대한 욕구다. 이 두 가지에 결핍이나 침해를 받으면 우리는 강하게 저항하게 된다.

자율성에 대한 욕구를 추구하는 것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말해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말인가를 생각해 보면 내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답이 나온다.




거실에 책들을 하나하나 빼놓고 놀고 있는 5살 현우는 자신만의 놀이터를 만들고 있던 중이었다.

책들은 모두 하나하나 쓰임새가 있었고, 현우는 거실을 어지르려고 책들을 꺼내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놀이터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요소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아이에게는 “재미” 있고 또 “흥미로운” 놀이다.

반면, 엄마에게는 “어지러운”것을 떠나 “정신 사나운” 풍경일 뿐이다.



부모 관점에서 보이는 어지러움과 정신 사나움을 이유로 아이에게 정리를 요구한다면, 그건 아이에게 제대로 전달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아이의 눈에는 전혀 어지럽거나 정신사 납지 않으니깐 말이다.


또한 부모가 하는 말을 아이가 귀담아듣지 않는다고 아이가 부모를 무시하거나 규칙을 일부러 어겼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해다. 아이들은 규칙을 수시로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리고 잘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이것은 어른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운전면허증이 있고 어떻게 운전해야 하는지는 머릿속으로 잘 알고 있지만 그대로 실천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는 시간이 한참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알고 있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진짜 알고 있는 것으로 오해한다. 어른들은 정작 배운 대로 실천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된다고!



밖에 나갔다 와서 손을 씻어야 된다는 규칙을 민준이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더 재미있고 흥미롭기 때문에 손을 씻는 것보다 장난감을 만지려고 하는 것이다.

아이를 비난한다고 아이가 더 잘 배울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이는 어른에 비해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고 배려받아야 하는 존재들이다.

매번 똑같은 말들을 언제까지 해야 하냐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이 많다

매번 똑같은 말들을 반복하며 아이들에게 언성을 높이다 보니 힘이 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지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부모들의 하소연 말이다.



아이들에게 규칙을 매번 상기시켜주는 방식만 바꿔도 힘이 덜 든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알아서 스스로 해주길 원하지만, 아이들은 배려가 많이 필요한 존재들이다. 부족하다는 말이 아니라 아는 것을 잘 실천할 수 있도록 우리가 옆에서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매번 소리쳐도 똑같다면 이젠 방식을 바꿔보자.



<기존 방식>

1. (부드러운 음성으로) 규칙 상기시키기 “집에 오면 손부터 씻어야지?”
2. (단호하게) 규칙 상기시키기 “집에 오면 손부터 씻어야 한다고 엄마가 말한 거 잊었어?”
3. (소리치거나 윽박지르며) 규칙 상기 시키기... “너 엄마가 집에 오면 손부터 씻어야 된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돼? 꼭 큰소리를 내야 말을 듣니?”



<새로운 방식>

1.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먼저 찾아서 반영해주고 부모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고 난 후 규칙 상기시키고 해야 할 행동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민준아, 집에 오니깐 장난감 만지고 노는 게 신나고 재밌구나”
“밖에 나갔다 오면 손부터 씻기로 한 거 기억나? 엄마는 민준이가 건강하게 크는 게 중요하거든”
“자 가서 손부터 씻고 와서 블록 놀이할까?”




이렇게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먼저 찾아서 반영해주고 부모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고 난 후 규칙 상기시키고 해야 할 행동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된다.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간단한 이유를 덧붙이는 것도 좋다. 말이 꽤 길어 보이지만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고 언성을 높이며 머리 아파할 필요가 없어진다.


혹시 아이가 그것을 완수할 능력이 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내 강의를 들으러 온 한 엄마가 내게 물었다.

“아이가 요거트를 먹고 나서 자꾸 요거트 그릇을 가지고 장난을 쳐요. 바닥에 흘려서 청소를 해야 하는 게 너무 번거롭고요. 그래서 아이에게 요거트 그릇 가지고 노는 거 아니야.라고 매번 예쁘게 말했는데 안 들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이가 몇 개월이냐고 내가 물었다.

“8개월이요.”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8개월 아이에게 아무리 예쁘게 “그릇 가지고 노는 거 아니야~~”라고 말해준다고 해서 아이가 그 말대로 그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이럴 때는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상황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요거트 그릇 대신 가지고 놀 수 있는 다른 장난감으로 대체한다거나 요거트 그릇을 가지고 놀아도 바닥에 흐리지 않도록 뚜껑이 있는 그릇을 사용한다거나 등의  아이의 의지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주변 환경을 바꿈으로써 상황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 더!

우리가 운전면허를 따고 운전을 처음 시작했을 때를 기억해보자.

당시 나는 남편을 조수석에 태워 운전연습을 했었다. 옆에서 남편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잘 알겠다. 하지만 나는 남편이 말하는 대로 혹은 내가 아는 대로 할 수가 없었다!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과 그리고 직접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완전 별개다. 각기 다른 능력을 요하는 것임을 기억하자!



글쓴이: <오늘도 화내고 말았습니다.> 저자 박윤미

아이마음도 알아주고, 나만의 감정조절 처방전을 확보하는 방법, <오늘도 화내고 말았습니다>(한빛라이프, 박윤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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