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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Oct 29. 2019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

아이가 화를 낼 때 기억해야 할 것


세 살 난 준이가 잘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준이 아빠가 운동을 하러 나갔다.
나가기 전에 아이와 충분한 작별 인사를 했다.
“준아, 아빠 운동 갔다 올게. 준이는 엄마랑 코~ 잘 자요”
“응. 아빠 운동 갔다 오세요”
현관문 앞에 서서 애틋한 작별인사를 하고 아빠는 헬스장으로 아이는 방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아빠, 어디 갔어요?”
“응 운동하러 갔지”

잠시 후 또다시 묻는다.
“아빠, 어디 갔어요?”

엄마는 아이가 모르는 것 같지 않는데 연거푸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게 이상해 보였다.
“준아, 아빠 운동하러 간다고 아까 준이랑 인사한 거 기억 나?”
“응”
그러고 나서 아이는 또 묻는다.
“아빠, 어디 갔어요?”

잘 알면서도 자꾸 묻는 아이의 행동에 엄마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는데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만다.
“아빠, 운동 갔다고 했잖아!”
“얼른 자!”
네 살 난 예찬이가 김치를 먹겠다고 해서 얼른 김치 한 조각을 씻은 뒤 한입에 먹기 좋게 잘라 아이 숟가락 위에 놓아주고 밥도 조금 올려주었다.
“안 먹어! 안 먹어!”
근데 이 녀석이 바로 안 먹겠단다.
도대체 아이 마음을 알 수가 없다.
방금 전까지 먹겠다고 해서 얼른 김치를 올려주었는데 바로 안 먹겠다고 소리를 지르니 속에서 뭔가가 부글거리기 시작했고 아이의 징징거림이 길어지자 결국 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대체 뭐가 문제야!”
“안 먹어! 안 먹어!”
여섯 살 난 서윤이가 아침밥을 기다리고 있다.
엄마는 서윤이가 좋아하는 노란 식판에다 얼른 밥을 담아 내놓았다.
근데 서윤이가 오늘은 노란 식판이 아니라 분홍색 식판에다가 밥을 먹고 싶단다.
아침 출근 준비로 바쁜 엄마는 "그냥 노란 식판에 것 먹어, 다 똑같아"라고 이야기했지만 서윤이는 굳이 분홍색 식판에 담긴 밥을 먹겠다면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이가 칭얼거리기 시작하자 뒷골이 당기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이와 몇 차례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그럴 거면 밥 담기 전에 빨리 이야기해야지!"라고 아이에게 핀잔을 주며 결국 분홍색 식판에 밥을 옮겨 주었다.



준이는 왜 아빠가 어디 갔냐고 몇 번씩이나 같은 질문을 한 걸까?

예찬이는 김치를 먹겠다고 했다가 왜 안 먹겠다고 한 걸까?

서윤이는 왜 늘 먹던 노란색 식판이 아니라 분홍색 식판에 밥을 먹고 싶어 했을까?

그것도 하필 가장 바쁜 아침시간에!


이 아이들의 행동 뒤에 감춰진 욕구가 무엇인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준이는 왜 자꾸 아빠 어디 갔느냐고 물었던 걸까?

준이가 서너 차례 같은 질문을 하고 나서야 엄마는 알아챘다.

“준아, 아빠 보고 싶어?”

“응! 아빠 보고 싶어요!”

그제야 아이는 아빠가 어디 갔느냐는 질문을 멈췄다.

아빠가 어디 갔는지가 궁금해서 엄마에게 물어봤던 게 아니라 아이는 아빠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의 단편적인 말이 아니라 같은 말을 반복하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 이상함을 느낀 엄마가 아이의 욕구에 대해 생각해 보고 아이의 마음을 반영해 줄 수 있었다.



예찬이는 왜 김치를 먹겠다고 하고선 바로 또 안 먹겠다고 소리를 지른 걸까?

아이들 변덕이란 원래 그런 것이어서?

아이는 김치를 먹겠다고 했지만, 밥을 같이 놓아달란 말은 하지 않았다.

엄마는 김치만 먹으면 짤까 봐 밥 한 숟가락을 같이 올려놓았지만 아이는 김치와 밥을 같이 먹을 생각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6살 서윤이가 밥을 달라고 해서 노란색 식기에 밥을 담아 줬더니 분홍색 통에 밥을 담아 달라고 한다.

아침에 바쁘기도 하고 분홍색이나 노란색이나 어느 통에 담 든 뭐가 문제냐는 부모의 가치체계에서는 굳이 분홍색 통이 아니면 안 된다고 울고 떼쓰는 아이가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럼 진작 분홍색 통에 담아달라고 요구를 할 것이지 왜 노란색 통에 담아주니 저런 소리를 하는지, 나를 괴롭히려고 괜한 생고집을 쓴다고 아이를 오해하게 된다.

아침부터 아이와 별 것도 아닌 일에 감정 실랑이를 하다 보면 하루가 힘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가 별거 아닌 일에 격하게 반응하는 아이의 행동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다음을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부모의 가치체계와 아이의 가치체계는 다르다.”

즉,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우리와 다르다.



부모의 기준으로 아이를 이해하려고 하면 그저 별거 아닌 일에 생떼를 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아이와 내가 서로 다른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구나.’하고 인정만 할 수 있어도 우리는 아이를 대하는 게 훨씬 수월해진다. 굳이 내 기준에서 아이를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하는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즉 아이들이 울고 보채고 거친 행동을 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몸부림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는 잘 알지만, 그걸 논리적으로 말로 표현하는데 서툴다.

자신이 알고 있는 틀과 한계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그러다 보니 의사소통에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원하는 바가 충족되지 않거나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게 되면 울거나 떼를 쓰는 것으로 표현한다.

아이의 감정이 강하면 강할수록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적극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때는 논리적인 말로 아이들을 달래고 설득해도 통하지 않는다.

아이를 겁주고 위협해도 마찬가지다.

특히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을 때 아이들은 어느 누구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강한 몸부림으로 부모가 아이를 통제하기도 쉽지 않다.


이때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바로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 마음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기 기분이 어떤지를 부모가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면 아이들은 이내 안정감을 되찾는다. 아이는 마음을 알아주고 다루어주면 안정감을 회복한다. 물론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면 처음엔 더 울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고 엄마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아이 마음에 묵은 감정을 쌓아서는 안 된다.

감정은 자존감과 연결된다. 아이의 감정을 알아봐 주고 존중해 주는 것은 아이의 존재 자체를 존중해 주는 것과 같다.




울고 떼쓰는 행동 속에 감춰진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기 위해 기억해야할 것

【 아이의 가치체계는 부모와 다르다. 】

【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우리와 다르다. 】

    



글쓴이: <오늘도 화내고 말았습니다.> 저자 박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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