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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Oct 18. 2020

누구나 겪게 되는 자존감 좌절 포인트(1)

‘나도 신경 끄고 싶거든’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서 자유로워지라는 말


누구나 겪게 되는 자존감 좌절 포인트(1)

나도 신경 끄고 싶거든’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서 자유로워지라는 말

     



자존감을 이야기하는 심리학 서적이나 여러 자기개발서에서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타인의 인정에 목매지 마라’입니다.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할 수 있으면 된다고 하나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네네, 잘 압니다. 저도 그렇게 되고 싶거든요.

머리로는 잘 알지만 안 되는 걸 어떡하나요. 그냥 저절로 타인의 시선에 신경이 쓰이고, 타인의 인정이 중요한 걸 어떡하라고요. 내 몸이, 내 마음이 저절로 그렇게 되고 있는데 말이죠.

아마도 오랜 시간 내 몸과 마음에 길들여진 습관 때문이겠지요.


저는 ‘시선’에 대한 이슈가 매우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지난날 저는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들리고 보이는지를 신경 썼던 순간들이 참 많았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저조차도 이해되지 않는 순간들이 더러 있기도 합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을 보다 빵 터져 한참을 웃고 나서는 저자 백세희 씨가 안쓰러워 마음이 쓰였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신이 회의실에서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불안해서, 녹음을 한 뒤 다시 들어본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처음 이 부분을 봤을 때, 무릎을 탁 치며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또한 회의시간에 멋진 말을 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부러웠고, 저만 좀 횡설수설하게 말해서 바보 같아 보이지 않았을까 걱정하곤 했거든요. 거의 매번 회의가 끝나면 저는 제가 당시 했던 말들을 반추하며 곱씹어 보곤 했습니다. 그러니 백세희 씨의 에피소드를 보며  진작 녹음할 생각을 했다면 괜히 곱씹어 보며 걱정하거나 불안하지 않고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저자의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요!

한편으론 안쓰러웠습니다. 녹음까지 해서 다시 들어보는 그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도 마음 쓰고 있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저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뭐가 그토록 불안하고 걱정되었을까요? 그게 뭐라고 녹음까지 해서 확인을 해야지만 마음이 편안해졌을까요.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왜 그렇게 다른 사람 속에 있는 내가 잘하고 있는지를 시시 탐탐 감시하며 체크하고 있었던지, 저는 대체 왜 그런 힘든 일들을 매 순간 하며 지냈던 걸까요?

정확한 원인은 찾기 어렵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기질로 태어났을 수도 있고, 부모님의 양육태도가 문제였을 수도 있지요. 아님 둘 다 이거나 혹은 전혀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제가 그렇다는 사실이지요.




'내가 한 말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바보 같다고 여기면 어떡하지?'

나의 어떤 말이나 행동이 걸릴 때 그 기준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거나 듣기에 괜찮은지'가 판단 기준이었습니다. 내 삶에 주체가 나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고, 다른 사람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 내가 잘 따라가고 있는지 체크하는 형국이었습니다. 제 삶에 주연은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래야 안심이 되고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그 틀에서 벗어나는 건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그건 뭔가 내가 잘못한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나쁜 짓을 하는 것처럼 여겨졌거든요.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비교하고 판단했습니다. 내가 맞게 하고 있는지 아닌지 내 잘못인지 아닌지 다른 사람들과 같은지 다른지에 대해서요. 나는 정말 스스로를 힘들게 하며 살았어요. 내게 상처를 준 것은, 실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단하며 바라보던 바로 나였습니다. 제 자신이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셈이었습니다.



내 생각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몰라 걱정되고 두려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스스로에게 주는 '다독임'입니다.

나의 어떤 말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몰라 불안할 때,

내가 이상하게 보이거나 부족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염려될 때,

그때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확신의 메시지'를 마련해 두세요.


-지금 내가 한 말이 수용될지 몰라 불안하고 떨리는구나. 괜찮아, 너는 충분히 잘했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어. 그게 내가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야. 서로가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거지.

라고요.

내가 한 말이나 행동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곱씹어 보는 것이 아니라 다음번에 좀 더 다르게 해 볼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대안을 마련해 주세요.


'타인의 시선과 인정에서 자유로워지라'라는 말이 어느 날 순간 뚝딱 이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수십 년 살아온 습관이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니 그 말을 마음속에 간직하되, 관계 속에서 불안이 밀려올 때면 나의 불안을 다독여줄 말이나 이미지 등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나를 다독여줌으로써 자기표현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이 쌓이고, 그 경험치들을 발판으로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거든요.




<CHECK POINT>

만약 내가 생각했던 대로 정말 다른 사람이 나를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다면, 그들은 내가 어떻게 하더라도 나를 오해할 겁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내가 컨트롤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타인을 통제하려는 그 마음을 내려놔야 합니다. 우리는 내 마음만 통제할 수 있습니다.

나를 감시하고 판단했던 게 타인이 아닌, 바로 나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나를 안아주세요. 나와 화해하세요. 나에게 미안하다고 해주세요. 나를 괴롭혀서 고단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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