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이 말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

가족여행을 통해 드러난 부모의 욕망과 회복의 심리학

by 박윤미
가족여행 떠나기 전 알아야 할 감정수업
- 가족여행을 통해 드러난
부모의 욕망과 회복의 심리학 -




아침 6시, 여행지에서 하루 일정을 준비했던 어느 날. 이날은 이른 투어가 예약돼 있어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삼시 세끼 모두 현지식으로 먹다 보니 물리기 시작했고, 든든하게 먹은 느낌도 덜했다. 설명하기 어려운 허기도 따라왔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하루에 한 끼는 꼭 한식을 챙겨 먹곤 했는데, 이날은 오전부터 강도 높은 투어가 예정돼 있어 유난히 밥이 당겼다. 한식이라고 해봐야 특별할 건 없었다. 밥에 짜장 소스와 계란후라이를 올려 비볐다. 아이는 평소에는 짜장을 썩 좋아하지 않았지만, 여행지에서는 다 맛있게 잘 먹었다.

아이가 막 일어나 화장실로 가다, 내가 밥을 담는 걸 보고 툭 내뱉었다.

“벌써 밥 먹는 거야?”

불만 섞인 목소리에 순간 기분이 상했다.

“아니, 준비 중이야. 그런데 왜 아침부터 그렇게 짜증을 내는 거야? 짜장이 마음에 안 들어?”

“내가 언제 짜증냈다고 그래?”

“엄마 귀엔 불만처럼 들렸어.”

“아니라니까~”

사소한 논쟁이 오가다, 나는 결국 “엄마가 애써 준비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건 잘못된 거야.”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잠시 후, 식사를 마친 아이는 패드를 켜더니 펜이 안 된다며 툴툴거렸다.

“아~ 또 안 돼!”

나는 늘 하던 대로 물었다.

“전원 껐다 켜봤어?”

“응, 몇 번 했어.”

“엄마가 말한 건 ‘완전히 껐다 켜는 거’잖아. 그건 해봤어?”

“음… 껐다 켜긴 했는데, 완전히는 안 해봤어.”

괜히 우기는 듯한 말투가 거슬렸다.

“안 했으면 지금 해본다고 하면 되지, 왜 그런 식으로 말해?”

아이도 패드가 말을 안 들어 짜증 난 상태였고, 거기에 내 잔소리가 더해졌다. 설거지를 하려던 나는 아이 밥그릇이 엎어져 있는 걸 보고 또 한마디 했다.

“준아, 이리 와봐. 엄마가 이렇게 두지 말라고 했지? 설거지도 안 하면서. 그릇은 헹궈서 똑바로 놔둬야지. 이게 뭐야!”

결국 아침 식사에서 시작된 작은 오해는 패드 문제와 밥그릇 사건으로 이어지며 갈등에 불을 붙였다.



아이의 태도, 왜 짜증으로만 들릴까?

내가 화가 난 이유는 단순했다. 새벽에 일어나 가족을 위해 아침을 준비했는데, 아이가 “벌써 밥 먹으려는 거야?”라고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 순간 애써 준비한 수고와 돌봄이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껴졌다. 여기에 피곤함까지 더해져 서운함이 커졌다.

하지만 돌아보면, 아이의 반응은 조금 다른 과정에서 비롯된다. 아이는 내가 밥을 담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벌써 아침을 먹는다”는 생각을 떠올렸을 것이다. 아이의 마음에 ‘떠오른 생각’은 곧 ‘현실’처럼 경험된다. 레몬을 떠올리는 순간, 침이 고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금방 일어나자마자 밥을 먹어야 한다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자, 싫음과 거부감이 동시에 올라온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이성과 감정이 따로 존재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말로 표현되기 전, 이미 머릿속 상상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몸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아이의 반응은 부모에게 버릇없는 태도가 아니라, 자신이 떠올린 생각에 대한 자연스러운 감정 반응이었던 것이다. 레몬을 떠올리면 자동반사적으로 침이 고이는 것처럼, 아이 역시 ‘생각’에 따라 자동적으로 몸과 감정이 반응한 것뿐이다. 단지 아직은 생각과 현실을 구분하고, 뒤따라오는 감정을 다스릴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아이의 태도에 상처받는 부모 마음, 그 이유

부모는 아이의 정서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소한 아이의 말과 태도에 상처받을 때가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이의 감정을 아이 자신의 것으로 보지 않고 부모에게 향한 것으로 오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아이가 보이는 불편한 감정은 사실 아이 내부에서 일어난 경험인데, 부모는 그것을 곧바로 ‘나를 향한 태도’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아이의 말투가 조금만 거칠어도 “나를 무시한다”, “내 노고를 몰라준다”라는 생각으로 상처받게 된다.


프로이트는 「나르시시즘 서론」에서 부모의 사랑을 “자신의 결핍을 자녀를 통해 회복하려는 나르시시즘적 사랑”이라고 했다. 부모는 아이를 통해 채우지 못했던 욕망을 대신 이루게 하고, 자신이 겪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자녀를 위한 마음’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은 자신을 회복하려는 마음을 품는다. 이 과정에서 아이를 독립된 타인이라기보다 ‘작은 나’처럼 여기게 된다. 이 때문에 아이의 반응을 객관적으로 보기보다 곧장 나를 향한 평가로 착각하게 된다.

그래서 부모와 아이 사이에는 반드시 “나와 너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과 감정을 구분하기 전까지는, 부모가 보조자아 역할을 하며 도와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벌써 아침 먹는 거야?”라고 물었다면, 아이 마음속에는 이미 ‘지금 당장 먹는다’는 생각이 현실처럼 느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부모는 이렇게 짚어줄 수 있다.

“지금 막 일어났는데, 밥을 바로 먹는다고 생각하니까 거부감이 들었구나. 사실은 준비 중이고, 조금 있다가 같이 먹을 거야.”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단순한 이해다. 많은 부모가 이때 짜증으로 맞받아치지만, 아이는 그저 상황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 아이가 퉁명스럽게 보일 때 이렇게 기억해 보자.

“아, 지금 이 상황을 나와 다르게 이해하고 있어서 저러는구나.”

부모가 먼저 자기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면, 상황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아침 식사 장면에서 시작된 작은 오해가, 패드 문제나 밥그릇 같은 사소한 사건에 연달아 불이 옮겨 붙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러면 하루의 시작이 작은 말다툼 대신 더 가볍고 편안하게 시작될 수 있다.



[심리코칭 한 마디]

부모가 아이 말에 예민하게 반응할 때 기억해야 할 감정 수업

1. 아이의 태도는 나에 대한 짜증이 아닐 수 있다.

떠오른 생각이 곧 현실처럼 느껴져 감정이 튀어나온 것일 뿐, 버릇없는 태도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2. 부모가 더 상처받는 이유

아이의 감정을 아이 자신의 것으로 보지 않고, 부모에게 향한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에요.

아이의 감정은 아이 내부의 경험인데, 부모는 그것을 곧바로 ‘나를 향한 태도’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3. 공감만이 답은 아니다

“짜증내지 마” 대신 상황을 짚어주면 갈등이 줄고 아이는 더 쉽게 감정을 다스릴 수 있어요.


덧. 이탈리아 토스카나 한 농장에서


※ 이 콘텐츠는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의 ‘2025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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