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3년이 지나도..

홀리몰리 인도델리

by 초부정수

집은 완성이 되지 않았다.


우리 한국에서는 언제 건물이 만들어졌는지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크고 웅장한 건축물들이 세워지는 것을 보면서 놀랄 때가 있지만, 인도의 델리에서는 삼 년, 사 년, 오 년이 지나도 완성되지 않는 집을 보면서 놀라게 된다. 델리의 우리 집 앞에는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늘 집을 짓고 있었던 기억이 인도를 떠나온 지 수년이 지난 지금껏 선명하다. 어쩌면 지금쯤은 완성이 되어 주인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기억 속에 그 집은 언제 완성될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으나 늘 지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뉴델리 GK1 S. 블록.. 몇 년 동안 공사 중인 4층 벽돌집.. 매년 조금씩 달라지긴 한다


원래 집을 부수고 새로 짓기 시작했는데, 언젠가부터 벽돌은 이미 네 층까지 쌓였고 창문의 형태도 얼추 드러났지만 아직 집은 아니었다. 하루는 녹색 천이 드리워지면서 안과 밖의 경계가 생겼다. 그리고 또 어느 날은 대나무로 만든 비계가 언제 풀어도 좋다는 듯 느슨하게 매달린 모습을 볼 수도 있었지만, 그 외에는 사실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기 어려운 날들이 3년을 지나 4년도 넘어서고 있었다.


그래도 집을 짓는 일이 중단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는데, 늘 남자나 여자 인부들이 벽돌과 모래를 나르기도 하고 삽으로 모래를 퍼 담기도 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뭔가 일은 늘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인부가 안 보이던 때는 거의 없었다. 한국이라면 비싼 인건비 때문 에라도 그럴 수 없을 노릇이다.


공사 중인 집 앞에는 늘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간혹 공사를 위해 투입된 트럭이 올 때도 있었다. 불과 10미터 정도 떨어진 우리 집과 공사 중인 집 사이의 골목은 공사장과 생활공간을 굳이 분리하지 않았고 주민들도 아무렇지 않게 그 골목을 지나다녔다. 아이들이 뛰어놀기도 했고, 스트레이 독, 그러니까 동네에서 어슬렁 거리며 먹이를 찾아 먹고 다니는 주인 없는 개들도 함께 공간을 공유했다. 그렇게 그 집 같아 보이지 않는 집은 주변의 일상에 묻힌 채 서있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천천히 완성되어 가고 있었고 그 누구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한국 같았으면 이런 식으로 공사가 진행되지도 않겠지만, 이렇게 지지부진한 모습으로 남은 건물을 매일 봐야 하는 주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 뻔하다. 공사로 인한 소음과 먼지는 둘째치고 흉물과 같은 모습의 건물이 자기 집 앞에 수 년째 거의 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는 것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인도의 델리에서 집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상태이다. 집을 짓는 것은 반드시 끝내야 할 일이 아니라 언젠가는 끝날 일로 남겨진 것이라고 해야겠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시간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머무는 일이며, 완성을 향해 무조건 달려가야 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완성되지 않은 상태를 일상 속에 두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이 집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미 우리 동네의 일부로 공사 중인 집이 아닌 그저 오랫동안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집일 뿐이다.


프로젝트 보고서가 인도에서는 그다지 쓸모없어 보이는 이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