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호랑이가 나에게 하는 말

수석탁류

by 초부정수

작년 초가 아닌가 싶은데, 장인과 술을 마시던 중…


“BTS 노래에 ‘호미‘가 나오는 것을 아나? “


“BTS 도 아세요?”

연세가 90이 넘은 장인이 BTS 뿐만 아니라 노래 가사를 알고 있다는 것에 놀라서 물었다.


“살아있으니 아는 것이지. 하여간 노래에 호미가 나온다네. “


장인은 책상을 뒤적이시더니 노래 가사를 적어둔 손바닥만한 종이 조각을 내주었다, A4 이면지를 잘라서 메모지로 사용하시는데, 이번에는 BTS 노래를 적어 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니 과연 그렇다. 게다가 이미 BTS의 노래 이전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호미가 그들이 미처 경험해 보지 못한 섬세하고 혁신적인 농기구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에 또 놀랐다.




그리고 며칠 전 장인과의 술자리에서는 케데헌이라는 넷플릭스 만화 영화에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만화에 나오는 한국적 캐릭터 제품을 사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인과 외국 관광객들로 미어터진다는 이야기가 소주잔을 넘나 들며 안주가 되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는 국립중앙박물관은 거의 비어 있는 수준으로 방문객이 없었다.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나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에 비해 건물의 규모나 구조, 전시되어 있는 유물과 작품들의 수준이 전혀 낮지 않은, 어떤 면에서는 더 훌륭한 국립중앙박물관에 방문객이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하며 쉬면서 책을 읽을 수도 있는 공간도 충분한 곳, 게다가 공짜인데도 불구하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없어 나름 나에게는 좋은 공간이 되어 주었던 곳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조차 어려워졌으니 케데헌 이라는 만화 한 편의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중이다. 만화에 등장하는 한국 호랑이와 같은 캐릭터로 만들어진 기념품을 사기 위해 전 세계에서 방문객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하는데 나의 취향에는 딱히 맞지 않는 만화 한 편이 수 천년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온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힘을 가볍게 넘어섰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반가부좌를 하고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의 金銅彌勒菩薩半跏思惟像 - 국립중앙박물관


“민화에 그려져 있는 호랑이 그림은 원래 표범이었다네.”


“…? 표범이요? “


“조선 후기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와 까치 그림은 새해에 복을 기원하고 액운을 막기 위해 대문에 붙이는 세화(歲畫)로 쓰이던 것이네. “


“까치는 행운을 의미한다고 하지만 호랑이는 뭐예요?”


“그래서 원래 중국의 세화에는 호랑이가 아니라 표범이 그려져 있는데, 조선으로 오면서 호랑이로 바뀐 것이지. 중국에서는 까치가 즐거움이나 행운을 의미하는 새로 여겨지고 표범은 한자로 ‘豹(표)’라고 쓰고 ’bao‘라고 읽지. 그런데 이 발음이 한자로 알린다는 의미를 가진 글자 ‘보(報)‘와 같아서 표범을 그린 것이지.”


“아… 좋은 소식을 알린다는 의미로 원래는 표작도(豹鵲圖)인데 조선으로 넘어오면서 호작도(虎鵲圖)가 된 것이군요. 한국은 표범보다는 호랑이니까! 김치도 중국 음식이라고 우기는 중국사람들이 지금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서 배가 많이 아플 것 같으네…“


"배가 아플일도 아니고 우리도 그렇게 민감할 필요 없는 것일세.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면 문명이라는 것 또한 사람이 많은 대륙에서 반도로 전해지고 또 일본과 같은 섬나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당시에는 당연한 일이네. 지금이야 기술 발전과 더불어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자유로워 바뀐 세상이니 딱히 사람이 많은 대륙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예전에는 그랬다는 것을 우리가 인정하면 되는 것이지. 그러면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을 잘못이라 젊잖게 지적하고 가르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렇죠... 한 잔 하시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