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몰리 인도델리
물었다. "캘커타는 잘 다녀왔어?"
"Oh~ Calcutta!" 캘커타를 처음 방문하고 돌아온 나의 대답이었다.
"Perfect! You saw real Calcutta, no?, A-ha, ha~~" 빈달이 일부러 더 강한 인도식 영어로 말을 하며 웃었다.
이유를 들어본 즉, 내가 한숨을 반 숟가락 정도를 섞어 한 대답이 [Oh! Calcutta]라고 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대사의 뉘앙스와 비슷한 톤이었다는 것이다. 그 뮤지컬을 본 적이 없었지만, 빈달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그저 인도의 복잡한 캘커타 거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가 했다. 하지만 빈달의 인도식 유머는 나를 놀리기 위한 목적 반, 그리고 나머지 반은 인도 환경에 대한 자조적인 푸념이었다.
뮤지컬 [Oh! Calcutta]는 인도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1969년 뉴욕 브로드웨이 소극장에서 초연된 아방가르드한 뮤지컬로, 전 출연자가 나체로 출연한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십 년이상 뉴욕과 런던에서 수천 회의 공연을 한 꽤 유명한 작품이란다. 작품 제목이 [Oh! Calcutta]가 된 이유는 프랑스어인 "O quel cult'as"와 유사한 발음을 차용한 말장난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대단한 엉덩이를 가지셨군요!"라는 뜻으로 프랑스의 화가 클로비스 트루이에_Clovis Trouille가 그린 그림 제목이기도 하단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클로비스 트루이에라는 예술가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던 나는 이래 저래 빈달의 놀림감이 되고 말았다.
나의 캘커타에 대한 첫인상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영화를 통해서 인도의 모습을 본 적은 꽤 많았지만, 실제 내 눈에 보인 캘커타는 그와는 많이 달랐다. 순간 모든 것이 마치 슬로비디오와 같이 느껴지면서 아무런 생각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모습이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해석을 하기 위해 나의 뇌가 상당한 부하를 받았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조금 설명을 하자면 그 세상은 온갖 '움직이는 것'들이 모두 뒤엉켜 각종 기계 소리와 동물소리, 사람들의 고함소리 등으로 차고 넘쳤다. 오래된 다리 및으로 오래된 고물 자동차와 최고급 세단, 말, 낙타가 끄는 수레, 소, 개,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교차로에 마치 풀 수 없는 매듭처럼 엉켜 소음을 만들어 내는 중이다. 도무지 이런 곳에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 즉각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 그런 모습과 그때의 감정, 그리고 그때의 감각들이 나의 대답에 모두 석여 나온 것이다. 지금은 캘커타가 아니라 인도 고유의 지역명인 꼴까타_ Kolkata로 바뀌어 빈달이 더 이상 나를 놀리지 못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캘커타 시 전체가 이런 것 같다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멋진 곳도 많다. 인도의 매력 중의 하나라고 하면 하나의 장소에서도 수 백 년의 다른 모습과 다른 생각, 그리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부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테레사 수녀와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로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시인 타고르가 생을 보낸 곳이다. 그렇지만 인도인들과 같이 태생적으로 신과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몸소 수행하지 않으면 캘커타의 성스러움과 낭만을 그리 쉽게 느끼기 어려울 것 같다. 특히 배앓이를 하게 되면 낭만은 그저 화장실에서나 찾아야 한다.
인도를 방문해 본 사람들은 아마도 한 번쯤은 심한 배앓이를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배앓이는 조금 특이해서 오장육부를 쥐어짜듯이 아프고 주로 설사와 고열이 동반된다. 더욱 이상한 것은 대개 2~3분 정도 심하게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지나고 나면 10분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또 쥐어짜기를 반복하여 진이 다 빠져버린다. 비상약으로 가지고 있는 국산 약은 전혀 효과가 없어 반드시 현지의 약을 먹어야 낫는다. 한국에서는 웬만한 복통과 설사에 정로환 몇 알을 먹으면 점차 나아지는데, 그 효과 좋은 정로환 역시 인도의 배앓이에는 무용지물이다. 사실, 정로환은 러일전쟁 당시에 개발이 된 약이다. 러시아를 침공한 일본의 관동군이 현지의 물을 마시고 배앓이와 설사를 하여 큰 병력의 손실을 보게 되었다. 따라서, 일본의 정로환은 러시아를 정복한다는 의미의 정벌할 정(征) 자를 쓴 " 征露丸"이었다. 1972년 동성제약에서 기술을 수입하여 만든 정로환에는 바를 정(正) 자를 쓴다. 여하간, 배앓이는 군인들도 참을 수 없는 아주 골치 아픈 질병임에 틀림이 없고, 주로 오염된 물이 원인이다. 인도는 물의 오염이 심할 뿐만 아니라 모자라기도 한데, 현지인들은 그 사정을 잘 모른다. 문제는 오염된 물과 부족한 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매년 인도에서는 약 20만 명이 오염된 물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미 갠지스강으로 더 잘 알려진 인도 강가 (Ganga)의 오염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그 심각성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사실 서울의 한강도 오염이 심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친 서울 한강의 오염 역시 대단히 심각하여 악취는 물론이고 겨울에도 얼음이 어는 대신 거품이 생기던 한강의 모습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때 친구 녀석이 용감하게도 그 오염된 한강에 들어가서 기름으로 뒤덮인 가물치를 잡은 적이 있는데, 악취와 기름때로 인해 요리를 해 먹을 수 없었다. 지금 서울의 한강을 보면 그런 적이 있었을까 싶기만 하다. 반면, 인도 강가 (Ganga)의 오염은 그 수준이 제 기억에 남아있는 오염된 한강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강가는 그 길이가 2,500Km에 달하여 한강보다 5배 정도 더 길고 폭도 넓다. 그리고 한강과 강가의 오염 원인은 조금 다르다.
역사적, 정치적, 정치적, 종교적, 그리고 세계적으로 캘커타는 유명하기도 하고 중요한 지역이다, 특히 정치 역학 측면에서의 중요성은 인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고 또 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글로벌 시대에서 강가의 영향력 또한 우리와 무관치 않다. 그리고 나는 강가_Ganga로 인해 인도 정치인들의 속살과 한국 기업들의 애매한 현명함을 보았고 또 어려움을 겪었다. Oh! Calcutta! 갑자기 빈달의 잘 생긴 얼굴이 보고 싶다. 이제 우리 나이로는 연금 탈 나이가 넘었을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