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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여인을 아시나요

에세이

by 장순혁

봄의 여인을 아시나요


그녀에게서는 꽃향기가 나요

그녀는 그림자조차 따스해요


두 눈은 샛노랗게 빛이 나고

두 팔에는 만개한 꽃들이 자리 잡았으며

등에는 날개 대신 나뭇가지가 자라있어요


그녀가 지나간 길은

온갖 푸르른 것들로 가득해요


그녀가 쓰다듬어 준 것은

더욱 화사하게 빛이 나요


당신이 시린 겨울을 이겨내고

쏟아지는 흰 눈 속에서도

모습을 잃지 않는다면,

우직하게 시간을 보낸다면

당신도 그녀를 만날 수 있어요


그러나 주의할 것이 있어요


그녀를 만나고,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에게 반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그녀를 소유하려 해서는 안 돼요


그녀를 가지려 했다가는

봄날 산들바람처럼,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그녀가 떠나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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