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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깨져 버린 아이

에세이

by 장순혁

한 아이가 있다

두 눈이 깨져 버린


아이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


아이는 넘어지고,

차에 치이고,

사람들에 밀쳐져

입원도 여러 차례 했다

참 많이도 상처 입었다


하지만 아이는

상처를 마음에까지 입지는 않았다


간혹 어머니의 울음소리에,

아버지의 한숨 소리에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숨죽여 운 적도 많았지만

하늘을 원망한 적 없다


아이는 두 눈이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얼마나 맑은지,

아버지의 손이 얼마나 따스한지

아이는 알고 있다


아이의 세상은

언제나 찬란한 색으로 뒤덮여있다

에덴의 동산처럼


언젠가 생을 끝마치고

하늘 위 누군가가

아이에게 세상은 어땠는지 묻는다면

아이는 답할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자기는 살아왔다고,

깨진 두 눈 덕분에

자기는 행복했다고


한 아이가 있다

두 눈은 깨졌지만

누구보다 세상을 똑바로 바라본,

누구보다 편견 없이 생을 살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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