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아이가 있다
두 눈이 깨져 버린
아이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
아이는 넘어지고,
차에 치이고,
사람들에 밀쳐져
입원도 여러 차례 했다
참 많이도 상처 입었다
하지만 아이는
상처를 마음에까지 입지는 않았다
간혹 어머니의 울음소리에,
아버지의 한숨 소리에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숨죽여 운 적도 많았지만
하늘을 원망한 적 없다
아이는 두 눈이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얼마나 맑은지,
아버지의 손이 얼마나 따스한지
아이는 알고 있다
아이의 세상은
언제나 찬란한 색으로 뒤덮여있다
에덴의 동산처럼
언젠가 생을 끝마치고
하늘 위 누군가가
아이에게 세상은 어땠는지 묻는다면
아이는 답할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자기는 살아왔다고,
깨진 두 눈 덕분에
자기는 행복했다고
한 아이가 있다
두 눈은 깨졌지만
누구보다 세상을 똑바로 바라본,
누구보다 편견 없이 생을 살아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