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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너도, 나의 어머니도

by 장순혁

홀로 집을 지키시는 어머니는
한때 북적이던 집안을 기억하시며
다시 집이 소란스러워지기를 기다리시지

너는 그런 나의 어머니를 보며
괜히 평소보다도
더 농담을 하고
더 과장스럽게 웃으며
어머니의 공허함을 달래주었어

자식인 내가 채우지 못하는 것을
너가 채우려 노력하며
아낌없이 사랑을 주었어

너의 나를 향한 사랑이
너무 커다랗기에
나를 벗어나는 사랑을
나의 어머니에게 주며

나와 나의 어머니를
위로해주었어

아직 어머니께
우리의 작별을 말하지 못했어

아직도 어머니는 나를 보면
너가 어떻게 지내는지 묻지만

나는 그저 잘 지내고 있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대답해

이제 너는 없지만,
너가 집에 찾아올 수도 없지만
나는 아직도 거짓말을 해

너가 존재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어머니는 행복해하시니까

너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나 혼자 기억하고 간직하려고 해
너도, 나의 어머니도
상처를 떠안기에는
너무 여린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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