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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방

에세이

by 장순혁

태양을 향해 날아오른

불나방의 끝은

처참한 말로겠지요


하지만 그 누가

불나방을 향해 손가락질하겠습니까


희망 하나만을 바라보고

날개가 찢어져라 팔랑거린,

쉽사리 할 수 없는 사랑인 것을


당신도 그리하실 수 있으십니까


아마 아니겠지요

땅에 뿌리내린 우리는,

땅에 속박된 우리는

결코 행할 수 없는

커다란 일탈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뿌리를 자르고 잎사귀들을 펼쳐

날아올라야만 할 때가 올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때를 대비하여

나뭇가지들을 팔랑거리는 것입니다


저 태양을 바라보며

눈을 감고 상상해야 합니다


저 태양의 뜨거움을,

온몸을 불사르는 고통을,

한 줌의 재도 남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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