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차라리 눈이 더 나빠져
가까운 곳에 있는 곳도
안경을 벗으면
보이지 않았으면
당신은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너무나 참혹하다
팔, 다리 하나쯤 잃은 사람들이 절반,
아예 형체를
찾아볼 수도 없는 사람들이 절반,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다
당신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팔, 다리를 잃은 사람들을 지혈해 주고
그새를 못 참고 죽어버린
시체들을 들어 옮긴다
그들의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마지막으로 한 생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건물 밖으로 나오니
시체들을 묻을 구덩이를
사람들은 파고 있다
당신은 짊어진 시체를
한 쪽 구덩이에 넣는다
후 하는 한숨 소리와 함께
당신은 다시 건물 안으로 향한다
오늘 안에는 끝을 보지 못할 것 같다
이곳
이곳에서의 일이 끝이 나면
바로 찾아갈게요
당신은 말했다
꼭, 꼭 와야 된디
당신의 어머니는 거듭 강조한 후
그제야 인상을 풀고 가셨다
당신은 주위를 둘러본다
시체가 널린 참혹한 광경들
당신은 시체마다 이름을 적는다
대략 나이도 짐작하여 적는다
머지않아 이곳에
시체를 치울 청소부들이 온다는
말을 들은 당신은
황급히 일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입구에서부터 저벅이는 소리가 들린다
검은 복장에 마스크를 쓴
건장한 사내들이 당신을 바라본다
저는 시체가 아니..
채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당신의 머리를 검은 곤봉이 내리친다
당신은 픽 하고 쓰러진다
당신을 시쳇더미에 눕혀두고
청소부들은 시체를 옮기기 시작한다
당신 또한 마찬가지로 옮겨진다
당신은 어디로 향할까
소각장? 공동 무덤?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