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은 누구십니까

에세이

by 장순혁

달 없는 밤 속을 거니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빛 한 줄기 없는 숲속을 걷는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강물은 숨죽여 흐르고
풀벌레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데,
저벅이는 발걸음 소리만이 허공을 메우는데

잠시도 걸음에 쉼을 주지 않고
당신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앞인지 뒤인지도 가늠이 안되는 어둠 속에서

여러 갈래로 찢어지는 바람
그 바람 틈새를 비집고 걸어가는 당신

당신의 앞을 막아서는 바람
그 바람을 온몸으로 마주하는 당신

달 없는 밤 속을 거니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빛 한 줄기 없는 숲속을 걷는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서서히 밝아지는 하늘
그 하늘을 쳐다보지도 않고
눈을 감은 채 걷는

여전히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뒤편에 쌓이는 발자국

밤의 시간은 끝이 났습니다
당신, 아침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어둠의 시간은 끝이 났습니다
당신, 밝은 빛을 끌어모을 준비가 되었습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는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