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태양

에세이

by 장순혁

저 멀리로 태양이
가라앉는 모습이 보입니다

뜨거운 태양은 온기를
스스로 주체하지 못해
하루의 반 이상을 바닷속에서 머뭅니다
우리는 그것을 밤이라 부르지요

달과 별이 태양을 대신해 떠오르지만
그 밝기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적습니다
어쩌면 달과 별은
태양의 뒷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아마 영원히 알지 못할
우주의 신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충분히 몸을 식힌 후에
태양은 다시 떠오르겠지요
그 어느 것보다도 찬란하게 타오르겠지요
달과 별은 도로 자취를 감추고
아련히 남겨진 어둠은
태양이 손수 거둬들일 것입니다

실타래를 엮듯이 엮인 어둠은
반듯이 접혀
잠시 동안 서랍 속에 묵혀두겠지요
다시 밤이 오면 서랍 속의 어둠이
다시금 이 세상을 덮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모르지 않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