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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집

에세이

by 장순혁

집 한 채 홀로 서 있다
사람의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울어진 문짝에 구멍이 난

사람들은 이 집을 일컬어 흉집이라고 한다
집 구석구석마다 거미줄이 쳐져 있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나는 그 집에 살았었다
몇 해를 거슬러 올라도 부족할 만큼
머나먼 과거서부터

호롱불에 의지하며 옷을 꿰매던 어머니와
온종일 밭일을 하시고 돌아오시던 아버지와
다락방에 숨은 형님과 함께

형님은 군복만 보면 두려워했었다
군홧발 소리라도 날라치면 경기를 일으켰다

언제나 맑은 미소를 지으시던 형님은
사람들 소근대는 목소리라도 들리면
바로 다락방의 문을 잠그고 그 안에서 벌벌 떨었다

형님은 얼마 가지 않아 입에 거품을 문 채
다락방에서 발견되었고
어머니, 아버지는 형님을 땅에 묻으시고는
곧바로 이 집을 떠나셨다
나를 데리시고

형님의 삶은 한 평 자그마한 다락방에서 끝이 났다

형님이 묻힌 봉분도 없는 밋밋한 땅바닥에
자그마한 새싹들이 움을 텄다

나는 그 새싹들을 보며
형님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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