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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에세이

by 장순혁

고향에 돌아와도
수차례 그리던 고향은 아니구나

이름 모를 들꽃들로 장식된 마당은
온통 먼지 풍기는 흙밭으로 변했고

마을 한가운데 우물은 말라
청개구리 소리 하나 들리지 않네

옆집 살던 순이네는 어디로 갔을까
서까래에 금이 가고 벽 한 면이 부서져 있네

나뭇가지마다 맺힌 눈꽃
떠나가라고, 떠나가라고 외치는데

익숙한 길은 낯설게 변해
저벅이는 발걸음 소리조차 다르네

담벼락마다 시든 담쟁이덩굴
툭툭 떨어지는데

구름에 가려진 태양
빛 한줄기 내려주지 못하고

한낮임에도 어두컴컴한 거리를 걷네
이곳은 내가 모르는 곳이야

나를 알던 이들, 내가 알던 것들이 모두 사라지고
결국 나는 떠날 채비를 하네

고향에 돌아와도
내 마음속 고향이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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