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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산허리

by 장순혁

산허리가 굽는다

너무 많은 나무들을
몸에 이려한 대가일까

그 안 나무들도 허리가 굽는다
너무 많은 이파리들을
지고 가려한 대가일까

새싹은 알고 있다
자신의 끝이 어디일지
영원히 뿌리내린 이 땅에 묶여있다가
얼굴이 누렇게 뜬 채 시들어버릴 것이다

생은 그러한 것

너무 무리한 짐을 진 채
세월을 겪다가
푸르런 이파리들 먼저 시들고
본인도 허리가 굽어버린 채 죽는 것

그럼에도 생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등에 진 채
그것들을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생의 끝까지 간직하여
마지막 숨을 내쉴 때
그것들 품 속에서
저물어가는 생을 느끼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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