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황금빛으로 물들었던
멋들어진 들판
이제는 추수가 끝난 후
뿌리에 가까운 밑동만이 남은 들판
홀로 놓인 허수아비는
오지 않는 참새를 쫓네
자그마한 쌀벌레도 보이지 않아
들판은 텅 비었네
누군가는 말하지
다시 봄이 오기 전까지는
이 들판은 가치가 없다고
하지만 나는 말하네
다시 봄이 오기 전까지
이 들판을 지켜야만 한다고
주인 없는 들판일지라도,
주인을 잃은 들판일지라도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게,
하얗게 내리는 눈이 소복이 쌓여도
들판의 본래 모습이 잊히지 않게
나는 텅 빈 들판의 가운데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네
나는 텅 빈 들판의 파수꾼이 되어
이 들판을 지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