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진 나의 손으로
나는 얼굴을 덮었다
과거에 찢어진 손의 상처들을
하나하나 몸소 다시 겪으며
나는 손을 얼굴에서 떼지 못했다
찬란했었고, 또한 아름다웠던
나의 빛나던 삶은 어디로 사라졌나
관심 없는 척 대충 흘겨보아도
온 마음을 다해 손으로 파헤쳐보아도
그저 시선의 낭비와
새겨지는 손의 상처만 느껴질 뿐
눈의 눈물과 손의 피는 다르지 않다
뾰족한 귀를 가지고 있대도
우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나
모든 것의 정점에 이를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꿈속에서만큼은 나도 그처럼 농기구를 만들고
무기를 만들고 갑옷을 만들고 투구를 만들었다
나의 손길이 닿은 성스러운 철을 두른 이들은
그들의 적을 향해 용맹스럽게 전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꿈에서 깨어 현실을 보는 나의 눈앞에는
곰팡이가 슬어버린 망치와
언제 꺼졌는 지도 모를 화로의 잿더미가 있었다
녹슨 눈으로 보는 세상은 나의 삶마저 녹슬게 하였다
내가 나를 볼 수 있는 것은 나의 눈뿐이니까
검은색 담요를 덮고 세상을 바라본다
새까만 커피가 있었다면 더욱 좋겠지만
나는 더 이상 내게 더해지는 기쁨을 감히 내 입으로 뱉을 수 없다
찬란하게 빛나던 세상은 나의 눈을 거치면
흑백의 무미건조함으로 변하고
아름답던 그대들도 나의 눈을 거치면
색을 빼앗기고 그저 흑이 되어, 혹은 백이 되어 나아간다
서양의 체스와 동양의 바둑은 너무나 달라서,
너무 몹시도 달라서 오히려 닮아 보인다
나는 동양에 있으며 또한 서양에 있다
그래서 나는 체스와 바둑을 모두 둘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체스와 바둑, 어느 하나에도 통달하지 못한다
나는 동양에도, 서양에도 속하지 못한다
내가 있을 곳은 이제 없다
그것을 안다는 것이 축복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