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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속에 담긴 나

by 장순혁

포장지에 둘러싸여
상자 속에 담긴 채
누군가에게로 전해지는
상상을 나는 하고는 해

떠돌이 강아지의
메마른 눈동자와
더럽혀진 털을 아는 나는
그와 내가 다를 게 없다는 것도 알아

흐릿해진 사진 속에
그대 눈물이 묻어있어서
젖은 손을 괜시리 털고는 해

주머니가 젖을 것을 앎에도
그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떠나가는 공상을 해

헬멧은 머리를 제외한 곳을
보호해주지 않아

그렇다면 머리가 중요한 걸까
머리가 아닌 곳이 중요한 걸까

언제든 잃을 수 있다는 것은
언제라도 잃을 수 있다는 것이야

이 상자 안은
너무 고독하고 아파
외롭고 또 괴로워

아마 그런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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