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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STAN

by 장순혁

나의 온기 외에는
찾아볼 수 없는
서늘한 침대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면

주변에라고는 온통
정적, 침묵 혹은 외로움뿐

한숨을 깊게 내쉬고
정적 속으로 파고들며
거실로 나가면

아무것도 차려지지 않은 식탁과
약간의 먼지가 쌓인 가스레인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척하며
담담하려 노력하며 냉장고를 열면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전기의 진동 소리

우유를 꺼내
투명한 잔에 따르고
우유를 냉장고에 다시 집어넣은 뒤
냉장고 문을 닫고
식탁 앞 의자를 꺼내 앉아
창밖을 보며 멍하니 우유를 마시는

아니 우유를 마시며
창밖을 보는 것일지도

아니 어쩌면,
내가 우유를 마시든, 마시지 않던
창밖을 보든, 보지 않던
달라지는 건 없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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