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눈물이 자욱이 깔린
소리 없는 갈대밭
사각사각
바람 때문에
갈대끼리 부딪치는 소리도
서걱서걱
날 선 낫으로
갈대들을 잘라내는 소리도
눈물이라는 안개에 삼켜져
안개의 밖으로,
눈물의 밖으로는 가지 못한다
홀로 황망히
젖은 갈대밭 속에 앉아
나 하나 이대로 사라진대도
아무도 알지 못할 거야
세상은 계속해서 돌아갈 거라고
문득 저 멀리
눈물, 갈대 없는 곳으로
나 하나 그리로 떠나간대도
아무도 알지 못할 거야
세상은 나를 잊고 괜찮을 거라고
누군가의 기억에 남고 싶다는 것이
정말 그렇게나 커다란 욕심인가
그렇게나마 남겨지고 싶다는 것이
정말 이렇게나 추악한 생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