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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께

에세이

by 장순혁

이 아이에게
겨울을 물러주십시오
봄날을 주십시오

이 아이는
여리고 어립니다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겨울을
도로 가져가 주소서

대신 맑은 물과
따스한 음식을,
사랑을 주십시오

당신의 아이입니다
당신이 직접 빚으신 아이입니다
행복은 주지 못하시더라도
불행은 도로 가져가 주십시오
기도드립니다

이 아이에게
추위를 거둬주십시오
온기를 주십시오

이 아이는
춥고 굶주립니다
아이가 버텨낼 수 없는 추위를
사라지게 해주소서

대신 밝은 해와
따스한 마음을,
사랑을 주십시오

당신의 아이입니다
당신이 직접 내리신 아이입니다

기쁨은 주지 못하시더라도
슬픔은 사라지게 해주십시오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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