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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밀 Jul 22. 2022

살아있는 '우리들의 블루스'

동석에게 배운 것


동석: "살면서 언제가 가장 좋았어?"

옥동: "지금, 너랑 한라산 가는 지금"


동석은 사랑한다, 미안하다는 말은 끝내 듣지 못했지만 옥동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정을 보내며 뜻밖의 애틋함을 수차례 느꼈다. 모정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과 불신은 한라산 눈보라처럼 거세게 휘몰아치다가 이내 고요해지고, 그곳엔 어린 동석이 가만히 곁을 지키고 있었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 마지막화

 옥동은 어린 아들을 다시 맞이한 기쁨을 안고 슈퍼맨처럼 기운을 충전해 된장찌개를 담뿍 끓인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담백하고 아름다운 화해였다.




 인간이 인간에게 향하는 다양한 감정을 작위적으로 건드리지 않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고교생 임신 에피소드에서는 반감이 있어 시청을 계속 이어가는 게 맞는지 고민됐다. 하지만 그조차 이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었다. 내가 발딛고 사는 세계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옴니버스식 전개의 매력은 아무래도 떨어져 있는 각 단편들 이면의 유기성이 아닐까. 나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세계라 해도 우리 모두는 결국 어떻게든 연결돼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슬펐다가 촌철살인을 날렸다가 이내 격분하게도 하는 얽히고설킨 에피소드를 보며 덩달아 오르내리던 내 안의 묵은 감정들이 절로 되살아났다.


 정혜신 작가는 <당신이 옳다>에서 "너도 있지만, 나도 있다는 자기에 대한 감각이 살아있어야 공감자가 될 수 있다." 고 했다. 이 말처럼 어느 일방이 아닌 드라마와 나, 양방의 공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웰메이드 작품을 하사하는 노희경 작가에게 감사를 보탠다.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을 결코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저자의 메시지 앞에서 살아남을 날들을 기꺼이 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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