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 바다호랑이(2025 개봉, 정윤철 감독)
세월호 참사 11주기에 영화가 한 편 등장했다. '당신은 결코 혼자 걷지 않으리(You'll Never Walk Alone)'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와 함께. 영화<바다호랑이>는 세월호 참사 당시 시신을 수습한 故 김관홍 잠수사와 공우영 잠수사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이다.
97년생으로 살아오며 세월호 영화는 빠짐없이 찾아보게 됐다. 피해자들과 같은 나이로 살며, 나의 의지와는 별개로 계속 영화를 찾아보곤 했다. 여직 영상을 보면 오열이 터진다. 눈물이 강을 만들다가 멎을 때가 온다면 그 나이는 몇 살쯤일까. 이제 막 서른을 눈 앞에 두니, 당시의 기억이 종종 머릿속을 머물다 간다. 이번 <바다호랑이>영화를 보고 나니, 무엇이든 기록을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너희가 머릿속에 잠시 지내다 간 시간들, 그 이후의 사람들을 기록하고 기억할게' 라는 생각으로 글을 연다.
눈이 온다, 그 아이들도 한 살씩 먹겠네.
물 위로 시신을 인도하지 못한 세월호 피해자들을 생각하면서, 나경수(이지훈 배우)가 창밖을 내다보고 내뱉은 한 마디에 눈물이 터졌다. 영화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피해자들을 물 속에서 끌어올려냈던 故김관홍 잠수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 중 292명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양심에 따라 진도로 발길을 돌렸던 민간잠수사들 덕분이었다. 몰랐던 사실이지만, 10분의 잠수 뒤에는 11시간의 휴식이 안전 원칙이라고 한다. 그런데 잠수사들은 하루에 서너번씩이나 잠수를 감행했다. 유가족이 가족같아서, 물 밑에 있던 아이들이 나의 아이들같아서 자꾸만 물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치욕스러운 불명예였다. 해경과 해양수산부는 무리한 작업 도중 사망한 잠수사에 대한 책임을 민간잠수사들에게 물었다. 더 이상 작업을 하지 말라고 명령한 것뿐 아니라 잠수사 사망사고에 대한 형사고발까지 이어갔다. 참사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겨낸 국민 개개인에게, 국가는 '고발'로 대응했다. 어이없는 상황에서 故김관홍 잠수사는 진상규명과 동료들의 명예를 위해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김관홍법) 작업에도 매진했다. 그러나 법안 발의 사흘 전, 2016년 6월 17일에 김관홍 잠수사는 세상을 스스로 등졌다. (참고자료: 4.16연대 故김관홍 잠수사 6주기 글)
아직 구해내지 못한 아이들 곁으로 갑니다. 뒷일을 부탁합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구조 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했다. <바다호랑이>는 구조 과정에 대한 내막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영화의 모든 장면에 단 한 컷도 수중촬영이 없었다. 그런데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자꾸만 물 속으로 들어갔던 잠수사들 뒤로, 물방울이 느껴졌다. 분명 한 방울의 물도 없었건만 감각은 생생했다. 선체로 들어가서 하나 둘 구간을 지날 때까지의 숨소리, 방 안에 남겨진 피해자들을 직접 본 잠수사의 눈가, 눈 사이로 차오르는 눈물 한 방울까지 전달받았다.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2004)>을 통해 재현의 윤리를 다뤘다. 그는 타인의 고통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쏟아질수록 사람들은 무감각해진다고 본다. 심지어 사람들은 피해가 나와 전혀 다른 일이라며 마음 속에서 선을 그으며 타자화하고 대상화한다. 손택은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한다. 자신이 고통으로부터 멀리 있다는 안도감에 젖어 충격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들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바다호랑이>는 세월호를 다루면서 '물'을 완전히 배제하지만, 관객들에게는 '물'을 전하고 '공감'을 전한다. 구체적인 피해의 장면을 노출하는 대신, 나경수의 시선과 감정을 전달한다. 故김관홍 잠수사를 비롯한 민간잠수사들이 바다로 자꾸만 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마음을 전한다. 영화는 감각을 차오르는 눈물로 보여준 셈이다.
이 장면이 인상적인 이유는 잠수 전 장면 때문이었다. 구조를 위해 진도에 도착해 잠수복을 입은 나경수의 뒤에서, 먼저 구조를 시작했던 잠수사가 말을 건넨다. "형 들어가서는 너무 울지마. 나와서 울어" 어리둥절해하며 잠수를 시작했던 나경수는 피해자들이 모인 방에 도착해서야 그 말을 이해한다. 마지막까지 서로를 꼭 껴안고 있던 아이들, 명찰을 차고 있어서 찾을 수 있던 피해자의 모습은 나경수의 입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됐다. 분명 어떤 실체도 보이지 않건만 배가 침몰할 때까지 구하러 오겠다는 믿음에 차있다가, 서서히 차오르는 차가운 물에 피해자들이 느꼈을 공포가 다가왔다.
이 공포가 잠수사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솔직히 씬을 보고 있던 당시에는 잠수사들의 마음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렵기만 했다. 포기하고 싶었던 마음 대신 어떻게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잠수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
이해할 수 없는 생경함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놓친 지점이 그제서야 보였다. 나는 보지 못했다. 듣지도 못했다. 경험은 오로지 故김관홍 잠수사를 비롯한 민간 잠수사들에게 있다. 전해받은 것은 경험이 아니니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다. 나에게는 그들의 경험이 어디에도 없다. 그 바다도 없다. 이해할 수 있다는 오만 대신, 머릿속을 다른 것으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해야겠다'고 느꼈던 잠수사들의 감정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바다호랑이>는 민간잠수사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만 한정되지 않는 영화였다. 관객에게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묻고 있었다. 질문을 건네받았으니,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할 책임은 우리의 손에 넘어왔다. 나는, 당신은 어디에나 있는 바다를 어떻게 찾고 기억할 것인가. <바다호랑이>가 건네준 '공감'은 어디에나 있는 책임을 찾아보라고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지 않나.
영화 <바다호랑이>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이해, 참사 당시 시신 수습 작업에 참여한 故 김관홍 잠수사와 공우영 잠수사의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다. 김탁환 작가의 <거짓말이다> 속 캐릭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개봉일: 2025.6.25
감독: 정윤철
출연: 이지훈, 손성호, 박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