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퍼스트 시즌6 성장과 확장의 에세이 1회 차 참가후기
매주 서울시에서 청년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물어다 주는 정보퐁퐁에서 글쓰기 무료 클래스 홍보글을 보고 난 뒤, 2번이나 도전해서 드디어 입성했다. 나에 대한 글쓰기로부터 시작해 타인과 세계로 주제를 확장하면서 마음을 챙기자는 목적으로 시작된 수업이다. 흥미를 끈 요소는 바로 무료라는 것. 글쓰기 클래스 한 번 들으려면 30~40만 원은 족히 드는데 한 달 식비와 맞먹는 비용이다. 밥 대신 글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늘 밥이 이겼다. 하지만 무료라니! 신나는 마음에 정성 들여 지원했지만 고배를 마시고 이번엔 마음을 좀 내려놓고 지원서를 썼다. 역시 사람이 뭘 내려놔야 얻을 수 있나 보다. 신나는 마음은 감추지 못하고 첫 번째 수업을 향해 종종걸음을 뗐다.
으리으리한 대학내일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담당자 선생님이 앞으로 오도도도 달려 나와 인사를 해주셨다. 내부 인원만 이용 가능한 공간처럼 보이는 데다가 '요즘' 스타트업 특유의 팬시함까지 갖춰 괜히 내가 어울리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여긴 글쓰기 수업 듣는 곳이니까, 따라 들어가기나 하자' 싶어 담당자 선생님의 뒤를 종종 뒤쫓아가니 긴 회의실이 하나 나왔다. 나처럼 쭈뼛거리는 사람 열댓 명이 모여서 슥슥 자신만의 명찰을 꾸미고 있었다. 첫 모임 날이니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나의 명찰을 만들어야 했다. 여러 사람에게 나를 알리고 싶어서 대문짝만 하게 글씨를 쓰고 두껍게 칠하기까지 했다. 뒤에 있는 사람도 내 이름을 봤으면 해서 큼직큼직하게 글자를 써 내려갔다.
담당자 선생님의 간단한 행사 개요 안내가 있고, 바로 정문정 선생님의 수업 설명이 이어졌다. 앞으로 두 달간 이어질 주차별 강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1주 차인 오늘은 간단히 자기소개, 수업 안내, 에세이 쓰는 법에 대한 강의로 이뤄져 있었다. 다음 주차부터는 감정을 대면하고, 에세이를 읽은 뒤 특징을 분석하고, 필사를 한다. 중간을 넘어가며 가족과 친구, 애인, 동료 등에 대한 글을 2편 써서 합평하는 시간이 있다고 했다. 나중에 5편의 글을 골라 '빅이슈'에 발행하신다니, 욕심쟁이인 나는 여기에도 또 한 숟가락 얻고 싶어 마음이 동했다. 내가 꼬옥 다섯 명이 되어야지 욕심이 난다. 이 욕심은 대체 언제쯤 멈출지 모르겠다. 여성은 욕망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선배들이 이야기하던데 나는 욕망과 욕심이 너무 많아서 좀 자제를 해야 할 것 같다. 여기서도 욕심을 멈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스불재~ 스불재~'를 외쳤다. 스불재는 스스로 불러온 재앙의 줄임말. 회사에서도 그간 일 욕심을 부리며 얼마나 많은 재앙을 불러왔던가. 설명을 들으며 피어오르는 욕망을 잠시 짓눌러봤다.
내 속마음에서 피어오르는 생각과 별개로 수업은 계속 이어졌다. 정문정 선생님의 또랑또랑한 말솜씨와 중간중간 호흡을 멈춰 쉼표를 찍는 설명 덕분에 왠지 뭐든 메모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글을 잘 쓰셔서 그런가 어떻게 말도 이렇게 조리 있게 하실까. 일단 조리 있는 것도 부럽지만 말을 천천히 하는 게 부러웠다. 머릿속에 늘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입말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입술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나중에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저렇게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야지 싶다. 베스트셀러였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의 작가인 정문정 선생님은 이번 강의의 이끔이다. 회사 생활 10년 차에 접어들며 '어떻게 하면 덜 무례한 사람이 될까'하는 고민에서 불안과 괴로움이 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쓰면서 글을 쓰셨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전업 작가로 전향하셨다고 한다.
왜 쓰기 시작하는지 곱씹는 것은 결국 어디로 가야 할지, 가지 말아야 할지 안내하는 이정표가 된다고 한다. 수업에서는 조지오웰이 쓴 <나는 왜 쓰는가>를 읽고 정문정 작가님이 필사한 짤막한 A4용지 한 장의 내용을 한 문단씩 돌아가며 소리 내 읽어봤다. 조지오웰은 작가가 글을 쓰는 4가지 동기를 꼽는다.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이다. 첫째는 끝까지 자신의 삶을 살려는 고집쟁이 작가들이 죽은 뒤에도 기억되고 싶다거나 보복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쓰는 것이고 둘째는 오로지 말의 배열과 리듬감 등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며 글을 미학적으로 세공하는 것이다. 셋째는 후대에게 전하기 위해 사실을 발견하고 모아두는 것이며 마지막 정치적 충동은 세계를 특정한 방향으로 밀고 가기 위해 자신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욕구였다. 이 동기들은 서로 연결되어있기도 하지만, 결국은 글이 추구하는 방향을 결정한다. 목적에 따라 문체, 소재, 길이 등 글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조지오웰의 글을 읽었다.
만약 글을 대중에게 전달하려고 쓴다면 쉽고 짧게 쓰는 연습이 필수다. 일기와 에세이를 가르는 지점이다. 에세이는 경험이나 느낌을 작성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통찰까지 이어져야 한다. 통찰이 들어가기 위해 주요한 질문은 '왜'라는 물음이다. 왜? 왜? 왜? 파고들어야 이야기는 보편성을 얻는다. 에세이의 소재는 어디에나 있다. 일상의 아주 작은 것들도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이정림의 '수필 쓰기'에서는 누군가와의 만남이 에세이가 되기 위해 만남이 의미화를 거쳐야 수필로 승화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의미화를 할 때 비로소 이야기는 보편성을 가지고 독자에게 가닿는다. 동일한 경험이 없더라도 독자는 에세이를 읽으며 무언가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에세이의 시작이다.
무엇을 쓸까 생각할 때는 소재나 주제를 생각하기, 추상적으로 쓰는 대신 구체적으로 쓰기, 퇴고를 하기 등등 에세이를 쓰는 아주 작은 방법들도 연달아 배워봤다. 한 장의 수업 계획서, 한쪽짜리 짧은 글 2편만 가지고 3시간이 가득 채워졌다. 수업을 들으면서 그동안 쓰고 싶었지만 속엣말로 남아있던 말들이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새로 배워 얼른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도 생겼다. 마주했던 가장 큰 욕구는 에세이의 형식을 연마해 다층적인 감정을 해석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애인과 감정을 다루는 문제로 자주 다투곤 했는데, 왜 애인이 이런 감정을 느꼈는지 이해하는 자세가 서툴다고 스스로 고민했던 적이 많다. 나의 감정부터 '왜'그런가 되돌아보고 글로 쓴다면 경험과 느낌에 해석을 더하고, 왜 다른 사람이 그런 감정을 느낀 건지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수업이 끝나갈 때쯤에는 애인과 대화할 때 애인을 덜 속상하게 만들면 좋겠다. 기왕이면 글도 많이 많이 써서 책도 내면 좋겠다. 빅이슈에 글도 실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한껏 욕심에 들뜬 목요일 밤이었다. 기대만큼 좋았던 첫 수업을 마무리하고 나니, 다음 주 과제는 어떻게 써볼까 고민이 든다. 마감까지 주어진 시간 동안 꾸준히 써내면 어느새 9번의 수업이 끝나 추운 겨울이 되어있을 텐데. 그때의 나는 어떤 감정을 마주하고 있을까, 어떤 글을 쓰고 있을까 기대와 설렘이 가득 마음에 찬다.
>> 이어지는 2회 차 후기 https://brunch.co.kr/@jsojeong246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