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퍼스트 시즌6 성장과 확장의 에세이 3회 차 참가후기
이직한 곳에서 일잘러가 되는 방법이 있다. 일 잘한다고 평판이 난 사람을 따라 하기. 조직 내에서 자타공인 일잘러라면 그의 방식이 '일을 잘하는 것'이니 장점을 흡수하면 더 빠르게 일잘러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잘 쓴 에세이를 읽고 분석하면, 에세이를 보는 눈도 높아지는 데다가 글 실력이 빨리 늘 수 있다. 3회 차에 '함께 읽기'를 하는 이유다.
정문정 선생님의 기가 막힌 도입부 설명으로 모임이 시작됐다. 첫 시간에는 에세이의 특성에 대해 함께 배웠고 두 번째 시간에는 감정에 대한 짤막한 글을 쓰고 공유했다면, 세 번째 시간에는 선생님이 뽑은 좋은 글을 같이 읽고 분석해 봤다. 총 8개의 글이다. 피천득의 <인연>, 박완서의 <잃어버린 여행가방>, 반수연의 <무용하고 사치스러운 것들>, 유병록의 <제가 아버지입니다>, 장강명의 <흥미로운 중년이 되기 위하여>, 김애란의 <그랬다고 적었다>, 김영하의 <앞에서 날아오는 돌>, 한수희의 <미인은 골격>까지 읽어봤다.
다양한 글을 읽는 이유는 에세이가 가진 '형식'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앞서 에세이의 3요소인 경험, 느낌, 통찰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그 요소들이 어떤 형식으로 표현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에세이의 형식이라고 하면 제목,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 주제의식, 소재, 핵심문단을 꼽는다. 형식을 알고 에세이를 읽으면 글을 깊이 읽을 수 있게 되고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안목을 기를 수 있다.
공감되는 대목이다. 수능 준비를 하던 고등학생 때 국어 선생님께 한 학기 내내 '시 읽는 법'을 배운 적 있다. 시는 언어를 창조하는 예술이건만, 무슨 방법을 배운다는 건가 싶었다. 선생님께 시의 요소와 형식을 배우고 나니, 정말 놀랍게도 읽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걸 실감했다. 방법을 알고 나니 다른 시들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사기꾼 같긴 하지만, 정말이다. 읽을 줄 아니까 시가 재밌어서 졸업한 뒤로도 한참이나 '시노트'를 만들어 썼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 보면 에세이는 읽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으니 오늘 잘 배워서 연습하면 안목을 기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정문정 선생님이 고른 8개의 에세이는 각양각색의 매력이 있었다. 너무 먼 시점의 경험이라 최근 문제와 연결해 시작하는 글도 있고, 개별적인 경험이 모두의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중간다리를 놓는 글도 있었다.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의 배치,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한 시간과 공간의 편집까지 모두 달랐다.
어제 어떤 일이 있었어요?
질문에 줄줄이 시간 순으로 나열하지 않고 우리가 편집해서 응답하는 존재인 것처럼, 에세이도 편집이 중요하다. 글의 핵심 소재를 제목에 담을지 말지 역시 편집이다. 주로 제목은 키워드와 연결되지만 어떤 에세이는 핵심에서 비껴가서 더 인상적이기도 했다.
쉬는 시간 전까지 다양한 기법에 집중했다면, 2번째 시간부터는 내공이 찬 작가들의 글을 연달아 읽어봤다. 소재가 단순하지 않고 여러 이야기들이 섞여있는 글이었다. 이 얘기했다, 저 얘기했다 정신없는 것 같다가도 정돈된 글들. 오래 글을 쓴 사람들이라 그런가 오히려 소재가 많아서 더 멋있어 보였다. 소재들은 작가가 편집하는 대로 서로 만나고 이어졌다. 이런 미세한 설계를 하는 사람들이 작가라니. 건축가 같다.
여러 편의 글을 살펴보니 내가 좋아하는 글(나는 위트 있는 문장들이 좋다)의 유형도 보였다. 각각의 글을 읽다 보면 주제의식에 푸욱 함께 빠져들어 '나도 책 읽어야 하는데'라던가 '디테일한 묘사! 나도 하고 싶다'하는 생각들이 퐁퐁 샘솟았다. 다음번 모임에는 각자 좋아하는 에세이를 필사해서 나누기로 했다. 제일 웃겼던 에세이를 가져가야지.
>> 이어지는 4회 차 후기 https://brunch.co.kr/@jsojeong246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