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퍼스트 시즌6 성장과 확장의 에세이 5회 차 참가후기
첫 합평 시간! 함께 수업을 듣는 14명을 절반씩 나눠 A조 7명이 먼저 글을 가져왔다. 나머지 7명은 다음 주에 발표를 하는 B조다. 추석연휴 동안 퇴고와 수정을 하고 싶어서 먼저 발표를 했다. 글을 충분히 고민해 본 뒤 합평을 받고 싶다면 늦게 발표하는 것도 좋은 듯. 합평은 1개 원고당 4~5명이 코멘트를 남겨서 20분 정도 걸렸다.
선생님의 물음에 '5시간 이상'이라는 답이 많았다. 오래 걸리는 이유는 머릿속에서 구상한 것과 실제 타이핑해서 보는 글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상상할 때는 분명 근사했는데 화면에 나온 글을 보면 엥? 하는 것이다. 차이를 보는 건 슬픈 일이라 이 단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글을 직접 써 보는 과정은 큰 변화를 이끌어낸다. 일단 나의 글쓰기 수준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파악할 수 있다. 오해에서 벗어나 내 수준을 직면하는 용기로부터 비로소 창작이 시작된다. 직접 해보면 다른 글을 보고 '이딴 걸 누가 못 해~' 같은 말은 쏙 집어넣게 된다.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작업, 다른 작품들을 비하하지 않는 마음가짐은 '나의 쓰기'로부터 비롯된다.
이번 시간에 본 글의 소재는 다양했다. 같은 가족이라고 해도 어머니를, 아버지를, 할머니를 주제로 한 다양한 글이 펼쳐졌다.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화자와 작가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나'를 그대로 노출할 수 밖에 없었다. 원가족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더욱 복잡하고 쓰기 어려운 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글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글을 진지하게 대하는 글들이 많았다. 나 역시 진심으로 쓴 글인만큼 다른 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의견을 나눠봤다.
두 가지 이상 에피소드를 엮을 때 에피소드 간 연결고리를 잘 잡을 것, 설득력을 갖기 위해 경험과 느낌의 서술 비중을 엇비슷하게 맞출 것, 삐걱거리는 문장을 잡아내기 위해 퇴고하면서 주어와 술어가 잘 맞는지 확인하는 것 등등 여러 가지 피드백이 있었다. 글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글을 위해 필요한 점을 다정하게 나누니까 안전한 시간이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다른 사람들이 글을 읽었을 때 느낀 좋은 점, 보완할 점, 이유를 듣고 나서 작가들이 각자 글에 대한 답변도 했다. 사실 이런 의도였다거나, 어떻게 이야기를 풀 지 고민이었다거나, 하고 싶은 말이 많거나 적어 편집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직접 쓴 글에 대한 인상도 듣고, 다른 글에 대한 인상을 나누다 보니 하나 깨달은 게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수정을 요하는 부분이 나의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주제의식을 찾기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독자에게 와닿게 쓰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묘사가 들어가야 한다. 합평을 하는 와중에도 '어라? 이거 내 글에도 해당되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A조 작가들이 오늘 수업에 대한 간단한 소감을 나눴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힘들었던 가족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자리였다. 퇴고하는 것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글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 긴장되었지만 건강한 시간이었다. 등등.
다양한 소감이 등장했다. 소감공유 후 정문정 선생님께서 수업을 매듭지으며 글쓰기의 의미를 한 번 더 짚어주셨다. 점점 더 위로받기 어려워지는 세계에서 내 안의 깊은 감정을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선생님은 글쓰기에서 찾으셨다고 한다. 나를 달래고 나의 편이 되어주는 도구는 그림이 될 수도, 음악이 될 수도, 클라이밍이 될 수도 있다. 선생님에게는 '글쓰기'였다고 한다. 종종 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은 '글로 써버린다!' 하면서 마음속의 협박(?)도 할 수 있고 말이다.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시작할 때쯤 존경하는 선배 활동가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활동은 결국 '나'를 위해 하는 거다, 라는 말. 거대한 사회를 위해서라거나 약자를 위해서 시혜적으로 활동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활동이 '나'를 향할 때 오래 지속할 수 있으니까 왜 활동을 하는지 꼭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글쓰기도 계속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나'를 위한 활동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은유 작가님의 에세이에서 한 구절을 빌려오며 오늘의 후기글도 마무리한다.
생의 모든 계기가 그렇듯이 사실 글을 쓴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런데 전부 달라진다. 삶이 더 나빠지지는 않고 있다는 느낌에 빠지며 더 나빠져도 위엄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되고, 매 순간 마주하는 존재에 감응하려 애쓰는 '삶의 옹호자'가 된다는 면에서 그렇다.
- 은유 '삶의 옹호자 되기' 中
>> 이어지는 6회 차 참가후기 https://brunch.co.kr/@jsojeong246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