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때 정말 힘들었어 “
수가 어느 날 차 안에서 한 건물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영문을 모르는 체 수가 가리키는 건물을 바라보니 ***아울렛이다.
”도대체 뭐가 힘들었어? “
나는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수에게 되물었다.
그녀는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수도 없이 옷을 갈아입던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유치원 시절부터 수는 나의 유일한 쇼핑 동반자였다. 새 옷을 입게 돼서 좋아할 줄 알았는데 쫓아다니느라 무척 힘들었다고 직장인이 된 수는 따지듯이 말한다.
20여 년 전 그러니까 아이들이 초등 저학년이던 2000년대 초반 무렵에는 셔틀을 타고 백화점이나 아울렛으로 가곤 했다.
대부분 6층부터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6층은 아동복 코너였고 두세 바퀴 돌면서 전체적으로 둘러본 뒤 몇 군데의 옷을 입어보 고나서야 최종 결정했다. 그리고는 한층, 한층 내려오면서 부모님 옷, 남편옷,
내 옷까지 보고 지하로 내려와 마트로 가서 장을 보고는 다시 셔틀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족히 반나절은 걸리는 쇼핑이다.
어린 수가 동행을 하면 6층만 들리고 집으로 왔지만 그것도 수는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시절 내게 쇼핑은 스트레스 해소와 재충전이 되는 아주 좋은 놀이였다. 공무원 외벌이 월급으로는 마음껏 구매하지는 못했지만 계획하고 선별해서 하는 쇼핑은 생활의 만족도를 높였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아울렛하나만 옆에 있으면 시골이든 도시든 어디든지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중교통의 활성화를 위해 전국적으로 백화점 셔틀은 없어졌다.
때문에 나의 쇼핑 장소는 근거리로 많이 좁혀졌지만 쇼핑의 내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부모님들이 돌아가시면서 중장년 코너는 가지 않게 된 것이 변화라면 변화일 수 있다. 여전히 가족들 옷에 이어 숙녀복을 훑어보고 마트를 들러보는 순서였다.
워낙 동선이 길어서 쇼핑은 나 혼자 심사숙고해서 하는 편이었고 가끔 수가 동행했다.
그러다가 *마켓을 비롯해서 온라인 쇼핑몰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화장품을 사기 시작했던 것 같다.
온라인으로 사는 화장품은 오프 라인에서 사는 것과 가격 차이가 상당했다. 물건도 아무 이상 없었고 더군다나 사은품까지 두둑했다.
친구들과 어느 쇼핑몰이 더 싼 지 가격 정보를 교환해서 조금만 더 싸도 바로 옮기곤 했다.
온라인 쇼핑은 화장품에서 마트까지 확장됐다. 대형마트에 정기적으로 가서 생필품들을 사 오는 횟수가 서서히 줄기 시작했다. 편리하게 바로, 바로
집 앞까지 오는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들은 직접 보고 구입했지만 배송상태에 신뢰가 생기고 반품과 교환이 자유로워지니 식품까지도 주문하게 됐다.
이렇듯 온라인 쇼핑은 서서히 스미듯이 내게로 와서 곧 나의 쇼핑생활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끝까지 오프를 주장하던 의류들마저 요즘은 온라인에 의존한다. 4,50대를 겨냥한 쇼핑앱이 너무 저렴하고 다양했으며 무료반품 서비스까지 생겼다.
그러나 편리함 뒤에 숨은 복병이 있었다.
더 이상 쇼핑은 스트레스 해소나 재충전이 아니라 풀어야 될 수학 문제가 돼버렸다.
어디가 더 저렴한지를 둘러보아야 했고 쿠폰이나 사은품도 따져야 했고 배송비, 카드 할인도 변수가 됐고
더군다나 댓글의 양과 내용들도 분석해 보아야 했다. 주문 때문에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붙들고 끙끙대는 시간이 늘어갔다. 쇼핑을 끝내고 나면 개운함이 아니라 피곤함이 몰려든다. 더군다나 오프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아도 선뜻 사게 되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으로 뒤져 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따라야 할 때가 있다. 이리저리 따지고 재고 산 물건보다는 첫눈에 반해서 산 물건이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내 경우에는 대부분 옷의 경우 감성적 선택이 더 효율적이다.
온라인 쇼핑의 경우 감성보다는 이성적 선택이 적절하다. 실제로 보지 못할 경우에는 감성적 선택이 오류가 발생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암튼 대세의 흐름은 온라인 쇼핑인 것 같고 북적북적 대던 대형 쇼핑몰도 예전 같지는 않다.
가끔은 심플했던 예전 쇼핑이 그립기도 하다.
온라인 쇼핑으로 꼼작 안 하는 소비층을 겨냥해서 복합쇼핑몰이 곳곳에 등장했다. 놀이 공간과 극장과 카페와 식당이 쇼핑몰과 함께 하고 반려 동물 동반도 가능하다. 그러한 복합쇼핑몰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그러나 나이 60이 되니 요즘 트렌드인 복합쇼핑몰은 아무래도 힘에 부친다.
그래서 요즘은 익숙한 나의 아울렛 쇼핑몰로 가끔 나들이를 간다. 예전처럼 하루 종일 뒤지지는 못하기에 딱 한 가지의 품목만 정해서 간다. 예를 들면 남편 바지 또는 나의 신발 이런 식이다. 그래서 딱 한 층만 정성껏 둘러보고 나머지 층은 아이쇼핑으로 훑고 한두 시간 정도 소요하다 집으로 온다. 이러한 오프라인 아이쇼핑은 온라인 쇼핑의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최근에 싱크대에 놓여있는 커피 포트가 접촉 불량인데 쇼핑하기 귀챦아서 몇 달째 그냥 쓰고 있다.
딸아이가 사야 된다고 재촉이다. 주부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동아리에서 추천을 받은 후에 가격 비교를 하고
댓글 분석도 해야 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시작하기도 전에 피곤함이 몰려온다.
그래도 가장 적정한 가격으로 만족도 높은 새로운 커피포트를 장만할 기대를 안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려고 한다. 오프보다 온라인이 훨씬 더 다양한 물건이 있으니 이번 포트는 귀챦아도 온라인으로 구입하려고 한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오프라인 다양한 쇼핑을 자기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선택하면 되니 아무래도 예전보다는 더 다양해지고 좋아진거다.
그러나 쇼핑에도 노화증상이 옮겨간 것 같다.
복잡함이 주는 피곤함이 더 커지니 말이다.
오늘은 아무래도 계속 미루어 두었던 커피포트 주문을 완료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