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did you do all this for me?”
너는 왜 나를 위해서 이 모든 것을 했어?라고 돼지 위버가 거미 샬롯에게 물었다.
“By helping you, perhaps I was trying to lift up my life a trifle”
“너를 도와주는 것이 내 인생의 격을 조금은 높여주는 것 같아”라고 샬롯이 대답한다.
영어 북클럽수업에서 읽고 있는 “샬롯의 거미줄”이라는 동화책 내용의 일부분이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이라지만 철학적인 사유가 많이 담겨있어서 어른들이 읽어도 곱씹어 볼 내용이 많다.
조그맣고 약하게 태어나서 죽을 뻔했던 돼지 위버가 거미 샬롯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생존할 수 있게 된다.
자기를 살리고 죽어가는 샬롯에게 위버가 왜 나를 도와주었냐고 물어보는 장면이다.
이 부분을 해석하면서 섬광 하나가 내 머리에서 반짝였다.
"그렇구나, 그거였구나?!!!"
모든 게 잠깐이나마 선명해지는 느낌이다.
나는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뒤로 그동안 관심이 있었던 다양한 여러 분야에 도전해 보고
많은 관계를 맺어왔다.
덕분에 배운 것도 많고 유익한 경험도 했지만 스트레스도 상당 부분 받았다.
능력이 안돼서 오는 스트레스, 비교로 인한 스트레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포기해야 할 때의 스트레스 등등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선택의 기준은 무조건 나의 편안함이다.
돈이 되거나 명예를 얻는 일도 아닌데 불편함이나 스트레스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찾은 모임에서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자 과감히 모임을 정리하거나 몇 년째 계속해서 배우고 있는 악기의 실력이 도무지 향상되지 않자 단호하게 중단한 것이다.
그렇게 능력이 안 되는 분야와 불편한 관계는 미련 없이 접었다. 단호해 보였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간의 노력이 아까워 망설임도 많았고 고민도 깊었다.
시간이 흘러 생각해 보니 선택과 집중은 상당 부분 잘 한일이었다.
훨씬 능률적이고 소모적인 감정 낭비도 줄었으며 앞으로의 노년에 가야 할 길도 보이는 것 같다.
그렇지만 뭔가 아주 살짝 부족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래도 매번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채워지리라 믿고 지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영어 동화책 한 부분이 나에게 깨달음을 준 것이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자신의 삶의 격을 높일 수 있다는 거미 샬롯의 말은 내게 아주 시기적절한 충고다. 생각해 보면 여태까지 매번 들었던 교훈이었는데 왜 나는 그 말이 들리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당장 어떤 큰 변화가 오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단단하게 마음먹었던 편안함만을 추구하자는
생각에 미세한 균열이 왔다.
별 대단하지도 않은 능력이 내게 있다면 타인을 위해 쓸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전환된 것이다.
뜻하지 않게 얻게 된 이 미세한 변화를 잘 받아들이라고 나 자신을 토닥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