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성지순례
1. 바이샬리에서 쿠시나가라
여자는 버스 뒤쪽!
남자는 버스 앞쪽!
새벽안개를 가르는 법사님의 목소리에 힘이 넘친다.
'Open toilet' 그러니까 노상방뇨의 위치를 구분해서 알려주는 목소리이다.
Open toilet은 뒤처리도 완벽을 요구해서 개인적인 준비물이 필요하다. 각자의 창의성을 발휘해서 해결하고 흔적 없이 해야 한다.
우리 차량의 가이드는 교사출신 법사님이고 시원, 시원하게 통솔도 잘하고 항상 웃어서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자원봉사이다.
새벽 4시에 8대 성지중 하나인 바이샬리로 이동했다. 바이샬리는 진보적인 도시였고 비구니 스님들이 처음으로 배출된 곳이라고 한다.
온전히 남아있는 유일한 아쇼카석주 아래 법회가 열렸다. 원후봉밀터라는 곳인데 원숭이가 스님께 꿀공양을 올린 곳이라고 한다.
우리도 빵에 꿀을 한 수저 듬뿍 받아 공양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쿠시나가라에 도착했는데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걸인들은 보이지 않고 도로는 정비되어 있고 사람들은 구걸이 아닌 일을 하며 사는 것 같다.
아이들도 대부분 학교를 다니는 것 같아 보였고 표정은 아주 밝았는데 500명씩 몰려다니는 우리를 환영했다.
도로로 일부러 나와 '라마스떼'하며 손을 흔든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는 아이들이 사나워서 조심하라는 공지도 있었다. 아이들이 변했고 현지 경찰들도 우리를 도와주었다. 그들에게 우리가 호감으로 다가는 것 같아 참 다행이다!
이 날은 전 날 밤의 나누기에서 선두가 너무 빠르다는 건의를 묵살하는 조장에게 화가 단단히 나있었다.
깃발 선두가 뒤를 전혀 보지 않고 앞으로만 가고 뒤에서는 부상자가 나오고 있는데 속도만 내고 있다. 뒤를 돌아보고 현재를 점검하려고 왔는데 군대에 온 느낌이다. 사진 찍을 때 한 명, 한 명 위치를 정하는 조장에게 화를 내서 나와 조장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성지 순례로 모호한 탑과 터만을 보다가 쿠시나가라 열반당에서 부처님의 열반 모습을 보니 감흥이 남달랐다.
열반당 안에서 마음깊이 우러나오는 삼배를 드렸다.
"부처님 말씀 덕분에 마음에 평화를 찾고 있습니다.
계속 올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저녁 나누기 할 무렵에는 조장과 다시 웃고 있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화를 내면 스스로 너무 힘들어서이다.
웃으며 대화를 하니 강해졌던 분별심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그리고 나도 한결 편해진다.
속도를 늦추지 않겠으니 잘 따라오라는 조장의 입장은 조원이 또랑에 빠지면서 수그러들었다.
미안해하는 그녀의 눈빛을 알아챘고 나 또한 10명을 인솔하는 조장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날 밤 나누기는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로 마감했다.
고비를 넘길 때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내일은 네팔 국경을 통과해야 해서 새벽 1시 50분 기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