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산다는 것

잠시 멈추고 생각한다

by 전이슬

아침밥을 하려고 쌀을 꺼내는데 어디로 들어왔는지 벌레 한 마리가 창문에 딱 붙어 있다. 벌레를 조심스럽게 그물에 담아 아파트 정원 쪽으로 내보내주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그 새벽 종종걸음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뒷모습. 평범한 사람들의 아침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해가 뜨기 전인데도 벌써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얼마 전 텔레비전을 보는데 한 남자 연예인이 말했다. 자신은 연예인이 안 되었거나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다고. 샐쭉하게 농담처럼 말해서 옆에 있던 사람들은 웃으면서 그 말을 흘렸다. 나는 화면이 바뀌기 전 그의 눈빛과 입술의 떨림을 보면서 그가 진심을 말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연예인은 일반인이 보기에 매우 특별한 직업군에 속한다. 연기를 잘하거나 노래를 잘해 인기를 얻는다면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쥔다. 특별한 삶을 사는 그가 말한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화면을 뚫고 나와 오랫동안 주위를 맴돌았다. 누구나 특별하게 살아보고 싶어 안달하는데 정작 그는 왜 평범함을 꿈꾸며 살까. 참으로 아이러니다.


한 번뿐인 인생이다. 딱 한 번뿐인 게 무서운 명제인지라 사람들은 조명받는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그런 상상만으로도 으쓱해한다. 그래서일까.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은 때로 보잘것없고 의미 없는 것처럼 치부된다. 그러나 ‘평범함’ 그것은 특별한 삶을 사는 그가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비밀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특별해지지 않는 것이다. 평범하게 사는 것은 내면의 나사를 끊임없이 조율하고 조절해 나가야 하는 수련이다. 그건 다르게 말하면 불쑥불쑥 올라오는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아야 하는 일이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타일러야 하는 일이고, 때로 침묵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일이며, 작고 소박한 일상의 가치와 의미를 이미 깨우친 자의 몫인 것이다. 칼이나 솜처럼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묵묵히 ‘보통’을 견뎌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 사실은 가장 어려운 일이다.


AI 생성 이미지 (Google Gemini)



※ 이 글은 불교신문(2017.11.29)에 연재했던 에세이를 다듬어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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