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으로 가득한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
린스타트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팀원들 모두가 주체적인 역량을 발휘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자유분방함 속에도 책임이 있는,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팀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필자 역시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다. 사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직원을 뽑을 때 면접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당신은 왜 대기업에 가지 않고 상대적으로 보수나 복지가 미흡한 스타트업에 지원하셨나요?” 면접자대부분은 “큰 기업들과는 달리 자유롭고 본인의 생각들을 창의적으로 펼치기 위해서 스타트업을 선호한다”라고 답한다. 과연 그럴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들의 생각을 믿어 주기로 한다.
요즘 대기업들도 린스타트업화하기 위해 부단히 변혁하고 개선하고 있다. 특히 IT업계는 기술의 진화 속도가 빛과 같아서 현실에 안주하다간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인지하고 있다고 해서 수십 년을 이어 온 그 기업의 정체성을 한순간 바꾼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필자도 대기업, 중견기업에 근무를 해본 적이 있다. 제도와 체계, 로직, 그리고 룰 등이 곳곳에 지뢰처럼 묻혀 있어서 어떤 일을 하는 데 답답함을 자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상대적으로 내가 창업한 스타트업은 제도나 규정이 없어 통제 받을 일들이 없었다. 일의 속도는, 시비나 태클을 거는 룰이 없다 보니 일사천리이다. 그러나 우리 회사도 사업 초기와는 달리 회사가 커지면서 하나씩 하나씩 우리도 모르게 규정을 만들고 있었다. 만들면서 나는 불만이었다. 뭔가를 통제하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필자가 이전 큰 조직에 있으면서 느꼈던 제일 큰 불만이 이러한 형식적인 틀에 가두는 일들이었다.
돌이켜 보면 창업 초기엔 비용 지출 품의도 없이, 적절하다고 판단이 들면 코파운드 둘이서 눈도장 찍고 바로 구매하고 또 계약을 하기도 했다.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 식권 하나 구입할 때도 품의가 필요하고, 예비군 훈련도 담당자가 휴가원을 올린다. 이런 요식 행위는 늘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인력이 늘면서 팀별로 스스로 자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일이 중요한데, 가끔씩은 일의 본질보다 상대적으로 영양가가 없는 품의나 보고를 더 중히 여기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는 대목이다.
창업 초기 코파운드와 자율출근제 시행에 대하여 대립각을 세운 일이 기억난다. 필자는 그가 말도 꺼내기 전에 반대를 했었다. 일할 때 같이 하고 끝나고 같이 쉬고 하는 게 조직적으로 효율성이 높다고 믿었기 때문에. 하지만 나의 반대 속에서도 그 제도는 시행이 되었고. 어느 순간 회사의 제도로 자리 잡게 되었다. 되돌아보면 그때 용인한 자율출근제 시행은 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도, 비어 있는 개발자 자리를 보면서 이전 초기처럼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제 각자가 스스로 책임과 의무감을 가지고 자신의 일들을 정해진 기일 내 수행하고 있었다. 오후에 나오는 친구들은 밤까지 자리를 지키고 그들의 과업을 묵묵히 수행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사람들마다 생활 패턴이 다르고 업무의 집중시간도 천차만별이다. 결국 자유로움 속에서 스스로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는 것이 개인이나 회사에도 도움이 될것 같다.
우리 회사는 자율출근제와 더불어 영어 이름도 사용하고 있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사용한 Jason이다. 수평적 관계 유지를 통해 서로 격의 없이 대화하는 방식으로 영어 이름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표님, 팀장님, 이런 직함이 들어가면 서로 간에 격이 생겨 자유로운 토론과 회의 문화에 방해된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직장 내에서 자율성을 확대하는 추세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리모트워크(remote work), 즉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맞게 다양한 장소와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도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선진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이런 시도는 활발하다. 핑크퐁 ‘상어가족’으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 개발팀은 출·퇴근 시간과 일하는 장소를 모두 직원들이 정한다고 한다.
회사가 정한 최소한의 규칙은 일정을 온라인 캘린더로 공유하기, 업무 시작은 메신저로 알리기, 오프라인 회의 내용은 기록하기뿐이다. 이런 분위기가 가능한 것은 소셜네트워크나 다양한 협업 소프트웨어의 발전도 큰 역할을 한다. 요즘에는 SNS나 협업 플랫폼 등을 활용해, 구성원들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손쉽게 협업이 가능해지고 있다. 의사결정도 빨라지고 동료들 간에 업무성과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피드백할 수 있다. 린스타트업으로 성장하려면, 이런 도구들을 활용해서 민첩하게 움직이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의문도 들 것이다. 과연 자율출근제를 실시하고 영어 이름을 쓴다고 창의성이 하늘을 날까?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도와 장치의 사소한 변화가 구성원들의 가슴속에 남아서 자유로운 상상들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분위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는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게 아닐까. 내가 바라는
미래의 회사는 굳이 회사에 보고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출근하고 휴가도 본인이 정해진 날에 자유롭게 사용하고…, 회사에 나오는 것 자체가 일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 즉, 일과 삶이 자연스레 통합하는 기업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통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을 조절하는 그런 자유로움. 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