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승 Oct 27. 2020

정부지원과제, 이렇게 하면 100%떨어진다.

-절박함과 간절함이 사라지면 백전백패



 앞서 나의 경험을 토대로 정부 과제의 선발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과 서면평가를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 노하우를 살펴봤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동전의 양면처럼 성공 사례가 있으면 실패 사례도 있기 마련이다. 필자 역시 그동안 무수한 정부 과제에 지원하면서, 뼈아픈 탈락의 고배를 여러 번 마셔 봤다. 돌이켜 보면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공통의 실패 요인이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절박함과 간절함이 사라지면 백전백패한다는 것이다. 간절함은 스스로를 채찍질해서 더 철저하고 야무진 준비를 할 수 있게 만든다. 반대로 간절함이 없을 땐 감추려고 해도 그 마음가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보통 정부 과제는 공고가 나오고 약 한 달 정도 기간에 서류 지원을 통해 접수를 받고, 약 3~4주간 서류 평가를 진행하고 적격업체에 한하여 대면평가를 실시하게 된다. 심사장에 도착해서 서명을 하고 순서를 기다리면서 예상되는 질문에 대해서 미리 유추하고 대비를 한다. 여러 번의 경험에도 역시 긴장되는 순간…. 보통 제안자료 발표는 20분 발표 20분 질의응답(관할 부처마다 과제 성격에 따라 시간은 약간씩 상이함)을 하고, 7명 정도 심사위원들의 질문공세에 잘 대응을 해야 한다. 심사위원들은 크게 기술 파트, 사업화 검증, 재무(사용 예산)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고, 예리하게 질문을 던지고 허점을 파헤쳐 낸다. 그들의 미션이다. 발표업체의 구멍이 무엇인지, 그들이 나랏돈을 받아 잘 개발해 낼 수 있는 업체인지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 그들의 미션이고, 임무이다.


 정부의 지원금도 적게는 3,000만 원에서 10억을 넘어가는 과제들이다. 중견 기업들이 지원하는 경우 몇백억짜리 과제도 있다. 당연히 지원자의 응답 한마디에 촉각을 세우고 매의 눈을 뜨고, 허점을 찾아낼 수밖에 없으리라. 그런 그들에게 적당함이 통할 리가 없다. 자료 작성에서부터 준비가 소홀했다면 심사위원들은 귀신같이 파악하고 꼬집어 낸다. 그들은 한 해에도 여러 번의 과제 심사를 통해서 옳고 그름을 판별해 내는 도사 중의 도사들이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이 절대 숨길 수 없는 것이 재채기와 사랑이라고 한다.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터져 나오는 재채기는 숨기려야 숨길 수 있는 방도가 없고,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빛과 볼은 누가 봐도 티가 난다. 정부 과제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심사위원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허술함은 마치 재채기처럼 다 드러나게 돼 있다. 절박한 마음으로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만이 실패를 줄일 수 있는 길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의 경우, 필패를 가져왔던 두 번째 요인은 바로 ‘이거 아니면 또 다른 것이 있어’라고 스스로 대안을 가지고 덤볐을 경우였다. 2년 전 중기청 민간 투자 연계형 사업화 과제에 자신만만하게 지원하고 야무지게 고배를 마셨던 적이 있다. 늘 그러하듯 발표는 수준급(?)으로 마친 것 같고, 다음 차례는 질의 응답 차례… 무수한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질문: 소요 예산 편성이 하자가 있습니다.
나: 네, 죄송합니다. 저희 실수입니다. 수정하겠습니다.
질문: 이 과제가 사업화 과제인데 사업적 측면이 강조되어야 하는데, 기술적인 사항이 더 강조된 것 같은데요?

나: 네, 조금 핀트를 못 맞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기술 개발로 성공적인 사업화방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자료에 좀 더 마케팅/사업적 측면을 강조 했어야 했는데? 잘 눈에 뛰질않네요?
나: 네, 위원님 말씀 잘 이해 했습니다. 실제 우리는 마케팅과 에이전트 전략을 확실히 가지고 있습니다.


재차 지적!!

질문: 그럼 제안서에 그렇게 쓰셔야 합니다. 알고 있으면서 왜 이렇게 작성하셨죠?
나: 아, 알겠습니다. 선정이 되면 그렇게 실천하겠습니다.(이쯤 되면 탈락의 기운이 스멀스멀...)

다른 분 지적: 개인화 디바이스 노트북 등은 사용이 불가하다는 건아시죠(통상 정부지원 과제 �산 비목에 개인화 장비인 휴대폰, 노트북 구매는 불가하다)?

나: 네. 그러나 우리는 개발에 필요한 것이라….

재질문: 그냥 회삿돈으로 구입하시지요?

나: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최종 답은 “그렇게 하겠다”라는 말만 수차례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여러 지적을 당했음에도 선정에 대한 기대는 발표일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결과는 평가 점수 59.6. 탈락(요즘은 선정과 탈락에 대한 평가 결과서를 점수까지 기입하여 공문으로 책임연구원에게 메일로 송부해 준다)…. 늘 평가에서의 탈락은 슬픈 일이다. 그런 일들을 여러 번 겪어 보았지만, 그때마다 되돌아보며 반성과 변명의 시간을 갖게 된다. ‘아, 제안서 작성 때 그게 문제였어.’ ‘수치를 좀더 고민해 봐야 했는데.’ ‘마지막 제출자료를 더 봤어야 했어.’ ‘대면

평가 때 너무 공손히 네, 네, 네만 하고 왔네.’ ‘좀 더 정중히 대꾸를 하고 변론을 해야 했었어.’ 수많은 아쉬움과 후회가 파도처럼 마구마구 밀려오다가 다시 억지로 나를 위로하게 된다.


 늘 그랬다. 다른 과제 내면 돼! 그때는 두 번 다시 그렇게 아마추어처럼 굴지 않을 거야! ‘밀림의 왕 호랑이도 토끼를 잡을 때 혼신을 다한다’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만만히 봤다가는 결코 선발이 되기 어려운 것이 정부 과제다. 요즘 창업 과제들이 예년보다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지원할 기회는 많아졌지만수많은 창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제안해 임하기 때문에 갈 수록 경쟁율이 상승하고 우수한 업체들이 몰려드는 추세이다. 대강이 통하지 않은 격전지가 되어가고 있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사업 확보가 가능하게 되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결국 승패는 나의 판단과 땀흘림에 달려있다.


작가의 이전글 내곁에 둔다고, 다 내것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