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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Jun 15. 2019

"서른이 되니까 어때요?"

서른이 되고 들은 질문

최근 직장을 통해 만나게 된 동생들이 있다. 한 명은 27살, 또 한 명은 29살로 가장 예쁜 나이를 살고 있는 동료들이다. 각자 다른 포지션에서 어떻게 인연이 되어 친분을 쌓게 되었는데, 사회생활에서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친구 사귀기'를 가능하게 해 준 감사한 인연들이다.


이들에게 했던 공통적인 소개말은 ‘저 서른이 되었어요'였다. 나도 그대처럼 엊그제까지 20대였는데, 어쩌다 갑자기 서른이 되었다며 아쉬움 가득한 말로 나이를 밝혔다. 혹시 내가 30대라도 나이 많은 부류로 구분하여 어려워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 담겼을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이 전달되었는지는 몰라도 이들이 나를 '편한 언니'로 대해주기 시작하며 점차 사적인 관계들로 나아가게 되었다.



근데, 서른이 되니까 어때요?


각자 다른 날에 만나 수다를 떨다가 이들이 나에게 신기하게도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서른이 되니 어떠냐는 물음에 내 머릿속에 다양하고도 정리되지 않은 말들이 떠올랐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오지 않은 이들에게는 아쉽고도 두렵기도 하며 미지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6개월 전 29.9세의 나 또한 같은 마음과 같은 물음이었으니까.

출처 : Unsplash.com


막상 그 서른이라는 나이가 되어보니 허무하게도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처럼, 또는 자연스럽게 지나게 되는 ‘이번 역’과 같달까? 생각만큼 대단한 일이 벌어지지도, 생각보다 달라지지도 않은 나이라는 현실에 어쩌면 그들이 기대하고 있을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새해가 된 지 6개월이 돼서야 내 나이가 서른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는 얄팍한 체험밖에 전할 게 없었다.


그러나, 서른이라서!

오히려 20대를 지나온 경험자로써 그대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생각보다 차가운 사회로부터의 상처를 견디느라, 불의에 분노하느라,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며 불안한 스스로를 일으키느라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에 대해 '뭔지 알죠?', '뭔지 알지!'로 대신 공감 해줄 수 있었다. '나 때도 그랬다'라는 투박한 말은 감히 할 수 없어 '20대 후반은 누구나 그런 것 같다'는 말로 대신했다. 서른에도 여전히 흔들리는 삶을 살고 있으나, 그 시절 나는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던 것 같다고. 그들이 겪고 있을 심리적 불안함에 서른이라는 나이로 인해 토닥여줄 수 있었다. 또한 그때쯤에 취업, 승진, 결혼, 더 나아가 임신까지! 주변 사람들과 나의 삶의 방식이 확연히 차이가 나기 시작하여 혼란스러울 것임을 예고해 줄 수 있었다.


아직, 서른이라서!

당연한 얘기지만 20대가 바라보는 서른과 40대가 바라보는 서른은 너무나 다르다. 20대에게 아쉽기만 한 미지의 나이라면, 40대에겐 여전히 뭘 하든 예쁜 나이로 보인 다는 것도 사실이다. 직장 선배들에게(특히 여선배들) 나는 아직도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이 남아 있는 인생 후배이기도 했다. 심지어 출산을 해도 예쁜 나이라고 말해준다. 사회에서는 애매한 경력에 가르칠 것 많고 애는 아닌데 어른으로써 예의를 지켜주어야 하는 나이이기도 하며 어떤 이들에게는 부러움을 사고, 어떤 이들에게는 매고 먼저 맞은(?) 사람이 되는 신기한 양면이 존재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 가치가 다른 나이. 지는 줄 알았지만 펴고 있는 나이. 끝이 있어 시작이 있는 나이 서른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P.s 발음까지 예쁜(?)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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